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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불평등이 초래한 세대 갈등과 주거 사다리 붕괴의 구조적 실체

재경 마켓부 기자
자산 불평등이 초래한 세대 갈등과 주거 사다리 붕괴의 구조적 실체
©연합뉴스

 

현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부동산 자산 점유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생존 투쟁의 양상을 띤다. 기성세대가 누렸던 고도성장기의 주거 상향 이동 통로가 차단되면서 MZ세대는 자산 형성의 출발선에서부터 본질적인 박탈감을 마주하고 있다. 주거 불안정은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지며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난제로 부상했다.

부동산 자산 격차는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화를 가속화하고 세대 간 통합을 저해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의 주택이 성실한 근로와 저축의 결실이었다면, 현재의 부동산은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진 폐쇄적 자산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주거의 문제를 넘어 세대 간 심리적 골을 깊게 만들며 사회적 이동성을 차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기성세대가 경험한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명제는 이제 데이터와 통계 앞에서 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의 장기 시계열 자료를 분석하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의 비정상적인 급등이 명확히 드러난다. 1990년대 초반 근로자가 10년 안팎의 소득을 저축하여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20년 이상의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실질 임금 상승률이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고착화된 결과이다. 이는 MZ세대가 근로 소득만으로는 결코 자산 가문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저성장 기조와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한 자산 인플레이션은 무주택 청년층의 주택 구매력을 사실상 상실시켰다. 기성세대는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입으며 자산을 증식했으나, MZ세대는 고금리 대출 이자와 전세 사기 위험이라는 이중고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자본 소득이 근로 소득의 가치를 압도하는 사회 구조는 성실한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며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 부작용을 낳는다. 자산이 자산을 낳는 구조 속에서 부의 대물림은 더욱 공고해지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낡아 끊어지고 있다.

주거의 불안정성은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 효과를 양산하며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안정적인 거주 공간의 부재는 혼인 연령의 급격한 지체와 저출산 문제의 직접적이고도 물리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청년들에게 주거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최소한의 영토적 기반이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합리적 포기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한상준 교수는 "현재의 세대 갈등은 자산의 유무가 신분을 결정하는 신카스트 제도의 전초전과 같다"며 "주거 사다리의 복원 없이는 사회적 이동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편중 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세대 간의 정서적 유대와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기성세대 역시 IMF 외환위기나 과거의 고금리 시대를 견디며 자산을 형성했다는 점을 들어 청년층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의 높은 예금 금리와 풍부했던 계층 이동의 기회는 현재의 고착화된 자산 구조 및 저성장 국면과는 질적으로 명확히 차이가 난다. 과거에는 고통 뒤에 보상이 따르는 구조였으나, 현재는 고통을 감내해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폐쇄적 시장이라는 점이 갈등의 핵심이다. 갈등의 본질은 세대 구성원 개인의 태도가 아닌 시스템의 노후화와 자산 분배의 불균형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세대 간 상생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와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선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을 조정하고 청년층의 주거권을 기본권 차원에서 보장하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주거 형태를 다양화하여 부동산이 투기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공간으로 회귀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자산의 대물림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비로소 세대 갈등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

결국 주거 문제는 경제적 이슈를 넘어 한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기성세대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청년세대가 진입할 수 있는 틈새를 만드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주거 사다리가 복원되지 않는 사회에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강요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득권의 양보와 구조적 개혁을 병행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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