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원유 수출 사상 최대치 경신, 중동 불안정 속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 가속화

김영 기자
미국 원유 수출 사상 최대치 경신, 중동 불안정 속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 가속화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520만 배럴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발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아시아 시장의 원유 수요가 미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원유 수출량의 급증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크플러의 자료를 인용하여 미 경제방송 CNBC는 4월 미국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520만 배럴로 집계되었다고 보도하였으며,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의 하루 390만 배럴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현상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크플러에 따르면 현재 매일 50척에서 60척에 달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미국 항구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 대비 두 배 수준에 이른다. 4월 수출 물량의 약 절반은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항에서 처리되었고, 나머지는 휴스턴항 등에서 이루어졌다. 켄트 브리튼 코퍼스 크리스티항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항구 사상 최대 물동량을 기록하였으며, 전쟁 전 200척 수준이던 선박 운행량이 240척 이상으로 늘어 유조선 입출항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 선박 상당수는 전쟁 전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던 아시아 국가의 소유이며, 중동 공급 차질로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미국 걸프 해안으로 이동하였다. 맷 스미스 크플러 상품 연구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무역로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이제는 미국 걸프 해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아시아 시장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들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한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유가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수입 노선 변경이 영구적인 재배치라기보다는 전시 위기 상황에 따른 일시적 조치에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정유시설이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미국산 경질유는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스미스 책임자는 미 원유 수출량이 항만과 파이프라인의 물리적 한계로 하루 500만 배럴 수준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는 중동이 워낙 큰 산유 지역이라 미국 등 다른 지역이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중동 지역의 안정성 확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입 노선 변경은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항만 파이프라인 한계와 정유 시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중동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국제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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