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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전 국무총리 92세 일기로 별세…3개 정부 걸쳐 국가 주요 현안 주도

김영 기자
이홍구 전 국무총리 92세 일기로 별세…3개 정부 걸쳐 국가 주요 현안 주도
©연합뉴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5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개 정부에 걸쳐 통일, 외교, 행정 분야의 핵심 요직을 역임하며 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했다. 학계의 권위와 정치적 실무 역량을 겸비하며 합리적 중용의 리더십을 보였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5일 향년 92세로 별세하며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치 원로의 생애를 마무리했다. 고인은 1988년 노태우 정부를 시작으로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통일원 장관, 국무총리, 주영 및 주미 대사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국가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며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1934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쳐 미국 에모리대와 예일대에서 학업을 마쳤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술지와 신문에 당대 정치를 조명하는 논설을 게재하여 '한국 정치학계의 간판스타'로 주목받았다. 유신체제 붕괴 후에는 토론회 진행자로 나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으며, 의원내각제를 주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국토통일원 장관으로 임명되며 공직에 입문했다. 당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성안하는 데 기여하며 자주, 평화, 민주를 원칙으로 하는 점진적 민족공동체 통합 방안의 근간을 마련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주영대사를 역임하며 외교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다시 부총리급 통일원 장관으로 발탁되었다. 이후 국무총리로 임명되어 세계화 정책을 진두지휘했으며,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대표의원으로도 활약하며 당정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균형 감각은 진영을 넘어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는 배경이 되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는 주미대사로 중용되는 등 외교 분야에서 다시 한번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외환위기 이후 한미관계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이 절박했던 시기에 그의 대미 인맥과 총리 경험은 큰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고인은 2002년 월드컵 유치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 생활을 마친 후에도 서울국제포럼, 언론 고문, 유민문화재단, 아산재단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며 원로로서 사회에 이정표를 제시했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는 2023년 발간된 '이홍구 평전'에서 고인에 대해 "중용의 사람. 그는 언제나 극단을 불신해왔다"고 평가했다. 끊임없는 사색과 엄격한 자기 훈련 속에서 균형 감각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고인의 별세에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생애를 기렸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학자이자 정치인, 외교관이었던 고인은 한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합리와 중용, 그리고 통합의 가치를 몸소 실천해 온 원로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합리적 보수의 상징이자 학자와 행정가, 정치인으로서 현대사의 고비마다 이정표를 세우셨던 거목이었다"고 추모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평생 추구했던 중용의 가치가 격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때로는 현실 정치의 복잡성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고인의 개인적 역량보다는 당시 시대적 한계와 정치 구조의 복합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고인이 1994년 총리 취임사에서 "우리의 시야를 더 높이, 더 멀리 돌려 민족사의 미래를 앞장서 개척해 나감으로써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공직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라고 역설한 정신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이홍구 전 총리가 남긴 합리적 사고와 균형 감각의 유산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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