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고위 인사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불참 결정을 현명한 조치로 평가하며, 양국 관계 재정립의 역사적 기회를 강조하였다. 약 60억 달러에 달하는 동결 자산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중동 지역의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한국의 신중한 외교 기조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이란 핵 합의 관련 유엔 안보리 표결 기권 등 한국의 다자주의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인 에브라힘 아지지 위원장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불참 결정이 현명하며 지역 안정 유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였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아지지 위원장이 한국 국회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중동 지역 안보 환경의 복잡성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아지지 위원장은 작년 9월 이란 핵프로그램 개발 제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한국 정부가 기권한 것을 두고도 "한국이 인권과 다자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에 대한 이란 측의 기대를 반영한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이란은 서방의 압력 속에서 비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지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정세가 양국 관계를 재정립할 역사적인 기회라고 강조하였다. 이란 정부와 의회는 상호 협력하는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IRNA는 전하였다. 이는 한국 이란 금융자산 동결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대한 이란의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아지지 위원장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금융 자산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개입과 압력으로 수년간 묶인 이란 자금의 동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하였다. 한국은 2010년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이란 원유를 구매하였으나, 2018년 미국 핵 합의 탈퇴 이후 약 60억 달러(약 9조 원)의 자금을 자체 동결하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문제가 이란의 대외 경제 활동에 지속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동결된 자금은 2023년 9월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대가로 카타르 상업은행 QNB의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되어 인도적 물품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한 달 뒤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다시 동결되었다. 이란은 이 자금의 완전한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중동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 자산 동결 해제를 최우선 외교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한편, 김석기 위원장은 지난 7일 아지지 위원장과의 화상 면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사 HMM의 화물선 나무호 화재와 관련한 논의를 공개하였다.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군이 공격하지 않았다. 이란 언론사의 보도는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이란 국영 매체가 과거 "한국 선박 겨냥 '물리적 행동'"을 보도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IRNA는 이날 보도에서 HMM 나무호 관련 언급을 다루지 않았다. 이는 이란 내부적으로도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BC는 중동 해상 안보 관련 사건 발생 시, 관련국들의 입장 차이가 보도 내용에 반영되는 경우가 잦다고 분석한다.
일부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불참이 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란 측의 평가와는 달리, 역내 주요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신중한 외교적 접근을 지속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외교는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한국과 이란 양국 관계는 동결 자산 문제 해결 여부와 한국의 중동 지역 안보 기여 방안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새로운 한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완화하고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와 기업 성장 기회 창출을 위해 이란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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