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생성형 인공지능(AI) 유료 모델 구독 여부가 교육과 취업 경쟁력의 새로운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월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달하는 구독료는 'AI 수저론'을 형성하며, AI 활용 능력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야기한다. 대학생 76.4%가 학업에 AI를 활용하려는 가운데, 유료 모델 사용자는 과제 속도와 질에서 명확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능 생성형 인공지능(AI) 유료 모델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교육 및 취업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 이른바 'AI 수저론'을 심화하고 있다. 월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는 구독료는 학생들 사이에서 'AI 금수저'와 'AI 흙수저'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학업 성취도와 미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모(26) 씨는 클로드 유료 모델 구독료가 월 30만원에 달하여 과외 수입 전부를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고 토로한다. 그는 무료 모델로는 취업 포트폴리오 제작과 대학교 과제 수행에 한계가 명확하여 유료 구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AI 활용 여부가 개인의 학습 및 작업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경험한 대학생의 76.4%가 학업이나 업무에 이를 활용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응답자의 91.7%는 이미 과제 및 프로젝트 자료 검색에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AI 활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성능 차이는 곧 경쟁력 차이로 이어진다.
챗GPT는 월 20달러(약 2만9천원)부터 최대 200달러(약 29만원)까지, 구글 제미나이는 월 1만1천원부터 36만원까지 다양한 구독료가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비용은 환율과 세금을 고려할 때 학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학 컴퓨터공학과 정모(26) 씨는 월 200달러짜리 챗GPT 유료 모델을 사용하며 과제의 속도와 질 모두에서 확실한 생산성 향상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생명과학과 이모(25) 씨 역시 월 20달러짜리 챗GPT 유료 모델을 구독하며 영어 논문 번역 및 분석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료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논문 전체 흐름 파악과 핵심 내용 정리에서 유료 모델의 강점을 확인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씨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과제가 많은 학기에만 유료 모델을 사용하고 방학에는 해지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구독료 부담 때문에 AI 무료 모델만 사용하는 대학 경영학과 조모(23) 씨는 학회 팀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자료 분석에서 용량 제한의 한계를 절감한다고 토로한다. 유료 모델로 30분이면 처리할 작업을 며칠씩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그는 전한다. 이러한 상황은 친구들 간의 유료 모델 계정 공유 논의로 이어지는 현상도 발생시키고 있다.
AI 최적화 기술 스타트업 스퀴즈비츠의 정연준 머신러닝 엔지니어·리서처는 최신 유료 모델이 단순히 긴 문맥 처리 수준을 넘어 추론 정확도와 복잡한 지시 수행 능력, 코드·문서 분석 등 모델 자체 성능에서 무료 모델보다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는 무료 모델은 성능이 제한적이고 사용량 제한도 낮아 반복적인 작업이나 긴 시간 업무에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AI 격차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 5천778명 중 67.9%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하였다. 고등학생들은 수행평가 보고서 작성, 생활기록부(생기부) 준비, 동아리 지원서 작성 등 대학 입시와 직결된 활동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2학년생 이모(18) 군은 유료 모델을 사용하는 친구가 안내문과 전공 희망을 입력하여 30분 만에 A4 다섯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것을 부러워하였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킨 학부모 이모 씨는 딸이 AI를 활용하지 않아 1순위 동아리 가입에 실패한 후 유료 AI를 사용하여 2순위 동아리에 합격했다고 전한다. 그는 이제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입시 시장에서는 이러한 AI 활용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AI 기반 생기부·탐구 프로그램은 연간권 가격이 39만9천500원에 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의 희망 활동을 바탕으로 연계 탐구 주제를 추천하고, AI 모델을 활용해 심층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최병호 연구교수는 AI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의 차이를 '경량 모델과 풀버전 모델'의 차이로 비유한다. 그는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수록 더 높은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새로운 형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생들은 별도의 지원 없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우려한다.
다만,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현재의 챗봇 형태 AI는 검색 엔진과 유사한 활용 수준이어서 학생 간 큰 격차를 유발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코딩, 데이터 분석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발전할 경우 토큰 사용량, 즉 비용에 따른 활용 범위가 달라져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AI는 전기나 통신처럼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토큰 역시 인프라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정부와 대학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AI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를 지능화하는 것이 격차 해소에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이용자들의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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