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국 자동차 기술 자립 초석 다진 '알파 엔진' 개발 총괄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 별세

이성경 기자
한국 자동차 기술 자립 초석 다진 '알파 엔진' 개발 총괄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 별세
©연합뉴스

 

송준국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향년 84세로 별세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 기술 자립의 한 페이지를 마감했다. 고인은 1991년 국내 최초 독자 엔진인 '알파 엔진' 개발을 총괄하여 5년 반의 노력과 약 1천억원의 투자로 국산차의 시대를 열었다. 이 업적은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이끌며 한국 제조업의 이정표를 세웠다.

송준국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폐암 투병 끝에 향년 84세로 별세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이 영면했다. 고인은 1991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술로 처음 출시한 '알파 엔진' 개발을 총괄하며 한국 자동차 기술 자립의 초석을 다졌다. 1984년 개발에 착수하여 5년 반 동안 약 1천억원의 투자로 완성된 이 엔진은 당시 전량 해외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가능하게 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1980년대까지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을 전적으로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는 외국의 엔진과 변속기가 장착되었으며, 이에 따른 기술료 지불은 국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대외 의존도를 극복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1984년 경기도 용인에 마북리연구소를 설립하며 자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송준국 전 부사장은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장으로서 독자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엔진 설계는 영국의 리카르도사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았으며, 제너럴모터스(GM) 엔진개발실 출신인 이현순 부장(후에 현대차 부회장)이 개발실장으로서 실질적인 개발을 이끌었다. 고인은 이현순 개발실장을 비롯한 연구진이 안정적으로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알파 엔진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엔진 실린더 헤드의 냉각 문제였다. 이현순 부회장은 2016년 KBS 스페셜 '한국 최초의 독자 엔진 알파엔진의 개발'에서 "실린더 헤드가 냉각이 잘 안 되는데 이게 왜 안 될까. 기포가 모여 있어서 냉각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확인했더니 역시 기포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연구진은 냉각수 흐름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더 이상 깨지지 않는 안정적인 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 독자 엔진 개발을 둘러싸고 현대차 내부에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했다. 정주영 그룹 회장은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 엔진 개발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일부 연구개발 본부장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이현순 개발실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현순 부회장은 9일 연합뉴스에 "고인은 알파엔진 개발 당시 마북리연구소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이셨다"며 "유일하게 엔진 개발을 지원해준 분이셔서 본부장과 사이가 안 좋았다"고 말하며 고인의 헌신을 증언했다.

알파 엔진은 1991년 스쿠프 모델에 처음 장착되며 성공적인 양산화를 알렸다. 고인은 같은 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알파엔진은 1984년 7월 개발에 착수하여 5년 반 걸려서 완성했다. 투자비만도 대략 1천억원 정도가 소요됐다"며 "축적된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자립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개발의 고충을 밝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1991년 IR52장영실상과 정진기 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송준국 전 부사장은 1992년 현대자동차를 떠난 이후에도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국산 전기연료펌프를 현대차 등에 공급하는 현담산업을 설립하며 핵심 부품의 국산화 노력을 지속했다. 그의 삶은 한국 제조업이 기술 종속을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한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알파 엔진 개발이 현대차의 기술 자립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지만, 초기 설계 단계에서 영국의 리카르도사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은 점을 들어 완전한 독자 기술 확보까지는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막대한 투자비와 당시 한국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완전한 의미의 '자립'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으로 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송준국 전 부사장의 별세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자립 시대를 연 한 인물의 퇴장을 의미한다. 그의 업적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뿌리가 되었으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핵심 기술의 독자적인 확보와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그의 헌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 도전에 나설 것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자동차#기술# 자립#초석
한국 자동차 기술 자립 초석 다진 '알파 엔진' 개발 총괄 송준국 전 현대차 부사장 별세 : 기업/산업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