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 여부와 정부의 대응 방식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사실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안보 위기를 경고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국가적 안보 현안이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으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정쟁이 우선되는 양상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나무호 피격 사건은 단순한 해상 사고를 넘어 국회 내 이념과 정략의 대결장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하며 정부의 무능과 은폐 가능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피격 사실을 공개한 점이 의혹의 핵심으로 부각되었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 및 외통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를 사실상의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긴박한 순간에도 국방부가 보고 요구에 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부 피격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안보 의식 결여를 강하게 비판했다. 성 위원장은 "사실상 우리 대한민국이 공격받은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여당의 불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안보 현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이가 극명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러한 행보를 지방선거를 의식한 '자해적 정치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외통위 위원들은 선거 시기의 유불리를 따져 국민의 안전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가 국익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면밀한 조사가 선행된 이후에 상임위를 개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정부가 미상 비행체의 기종과 주체를 특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조사가 특정되는 대로 바로 상임위를 개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오는 19일에서 20일 사이의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보다는 정확한 팩트 확인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정부가 부상자 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부상자 본인의 강력한 비공개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 현지에서 필요한 의료 조치는 모두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야당이 제기하는 은폐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4일 발생한 이번 사건이 미상 비행체에 의한 타격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발사 주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단체를 공격 주체로 단정할 경우 초래될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여 '예단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중이다. 이러한 신중론은 안보의 확실성을 요구하는 야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대외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가 장외 공방에 치중하는 것은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나무호 피격 사태는 정부의 정밀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공격 주체가 특정될 경우 이에 따른 보복 조치나 외교적 대응 수위를 두고 여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연의 가치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피격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해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보 전략 수립에 지혜를 모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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