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종묘 인근 고층 개발 사업과 관련해 행정적 결정이 확정되기 전 유산영향평가(HIA)를 완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의 취지에 따라 종묘의 시각적 완결성을 보호해야 하며,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사안이 공식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가적 신뢰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종묘 앞 고층 개발 갈등에 대해 유산영향평가 이행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하는 추가 입장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관 간의 찬반 문제를 넘어 세계유산협약의 취지를 국내 절차 안에서 충실히 구현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찾기 위한 국제적 도구로서 유산영향평가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번 추가 입장은 지난 3월 18일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종묘 인근 개발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엄중한 시각을 반영한다. 위원회는 유산영향평가가 특정 기관의 손을 들어주는 절차가 아니라 대안을 모색하는 합리적 과정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후 변경이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는 필수적 절차라는 설명이다.
1995년 종묘 등재 당시 심사를 맡았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세계유산 부지 내 시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층 건물 건설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종묘의 시각적 완결성을 보호하는 것은 등재 당시부터 한국 정부가 약속한 국제적 의무 사항에 해당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과거의 심사 기준을 상기시키며 무분별한 고층화가 유산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에 내린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은 이러한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건물 높이 상향 계획은 유산 가치 훼손 우려를 낳으며 부처 간 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위원회는 국가유산청의 결정을 세계유산협약의 충실한 이행 과정으로 평가하며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역시 한국 정부에 유산영향평가 결과 제출과 자문기구 검토 완료 시까지 사업 승인 중단을 공식 요구했다. 이는 국제 기구가 한국의 특정 개발 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동을 건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세계유산센터의 요구는 한국이 비준한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를 무시할 경우 국제적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한국은 오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라 국제적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의장국으로서 자국의 세계유산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국가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위원회는 절차적 진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종묘 사안이 세계위의 공식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위원회는 "유산영향평가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국제적 도구"라고 정의하며 평가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평가가 충실히 이행될 때 합리적 의사결정의 토대가 마련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논리다. 전문가의 인용을 통해 절차적 완결성이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강조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유산 보호를 이유로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지나치게 위축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사유 재산권 행사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연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경제계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유지가 사익보다 우선하는 공적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 추진 주체들이 현재의 고층 개발 방식을 고수할 경우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가 장기 표류할 위험이 크다. 유네스코의 경고는 단순한 조언을 넘어 한국 정부가 직면한 실질적인 외교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은 신규 건설 사업이 번복하기 어려운 결정에 이르기 전 반드시 세계유산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협의 과정에서 유산영향평가의 구체적인 범위와 방법론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행정명령에 따른 평가 절차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관 보호 대안을 도출해야만 국제 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 부산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가시적인 절차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종묘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 논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종묘의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면서도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는 지혜로운 합의점 도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법치와 국제 규범 준수는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자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전략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이번 촉구는 한국 사회가 개발 지상주의를 넘어 문화 자산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