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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룰' 표류에 자동차보험 적자 늪 심화… 선량한 가입자 보험료 부담 커진다

정휘 기자
'8주룰' 표류에 자동차보험 적자 늪 심화… 선량한 가입자 보험료 부담 커진다
©연합뉴스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추진된 ‘8주룰’ 도입이 한방 의료계의 반발로 상반기 시행이 무산됐다.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적자가 7,080억 원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인 80%를 크게 상회하며 일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자동차 사고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지속할 경우 심사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 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당초 올해 초 도입이 예고됐던 이른바 ‘8주룰’은 의료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상반기 내 시행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제도 도입이 지연되면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던 정부와 보험업계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도 시행을 뒷받침할 행정 절차와 인프라 구축 작업은 이미 전면 중단된 상태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지난달 초 자동차 손해배상 및 의료정책 관련 인력 채용을 추진했으나 최근 이 절차를 잠정 연기했다. 채용 예정이었던 정규직 10명과 계약직 42명 등 총 52명의 인력 대부분이 8주룰 시행에 따른 경상환자 장기치료 심사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공공기관의 채용 중단은 제도 도입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사과문을 통해 사정 변경으로 인해 채용을 연기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내달 말까지 향후 일정을 재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인력 충원과 조직 정비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의 시스템 구축 업무를 담당하는 보험개발원 역시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장기치료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연구용역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강행할 경우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손해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손해율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4개 손보사의 손해율은 2023년 80.7%에서 2025년 87.5%까지 급등하며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손익분기점으로 간주되는 80%를 7%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는 업계의 경영 압박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분기 실적 지표 역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1분기 누적 손해율은 85.9%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상승하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중소형 보험사는 물론이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사들까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로 돌아서면서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료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 시도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자동차보험료가 5년 만에 1.3~1.4% 수준으로 인상되었으나, 이는 손해율 상승분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히려 중동발 원유 위기에 대응해 도입된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연 2%의 할인 혜택을 제공함에 따라 보험료 인상 효과는 사실상 소멸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도 도입의 최대 걸림돌은 한방 의료업계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강력한 조직적 반발이다. 의료계는 8주라는 일률적인 기간 설정이 환자의 개별적인 회복 상태와 치료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방 진료 비중이 높은 경상환자 치료 시장에서 8주룰은 의료 서비스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의 급격한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충분한 치료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의료 취약 계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계적인 심사 기준 적용이 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이러한 반론은 제도 시행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과잉 진료 방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며 "보험금 누수가 계속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 데이터는 일부 환자의 과잉 진료 실태를 명확히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대형 4개 손보사의 경상환자 중 88.6%는 사고 후 8주 이내에 치료를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다수 환자가 8주 내에 완치됨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0% 내외의 장기 치료자가 전체 보험금 누수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제도 도입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법치에 근거한 투명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8주룰과 같은 실효성 있는 규제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보수적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향후 자동차보험 시장은 제도 도입 여부에 따라 극명한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8주룰 도입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표류할 경우 보험사들의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하반기 이후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질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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