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꽃집 26년 만에 최악" 30% 폭등한 카네이션에 스승의 날 특수마저 실종

윤근일 기자
©연합뉴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의 파고 속에 5월 화훼 시장의 상징인 카네이션 특수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네이션 경매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30% 이상 급등한 가운데, 청탁금지법과 가성비 중심의 소비 문화 변화가 맞물리며 꽃집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카네이션 수요가 급감하며 화훼 시장의 대목으로 불리던 5월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과 8일 양재화훼공판장의 카네이션 경매 가격은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혼합(특2) 대륜 품종은 8,885원에서 11,597원으로 30.5% 상승했으며, 혼합 스프레이 품종 역시 22.7% 오른 9,256원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황의 골은 지표보다 훨씬 깊은 수준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26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정태인 씨는 올해 어버이날 대목 매출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과 포장 자잿값 인상이 겹치면서 꽃집 운영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스승의 날을 앞둔 시장 분위기는 어버이날보다 더욱 냉랭한 실정이다.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일선 학교에서 카네이션 선물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과거의 활기찬 등굣길 풍경은 사라졌다. 일부 학교는 아예 스승의 날에 휴교를 결정하며 교사와 학생 간의 접점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 역시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종이 꽃은 감사의 의미로 받지만 조화나 생화를 사 오는 것은 법적 문제로 인해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적 환경은 카네이션 소비 절벽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시대에 꽃을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로 인식하며 지갑을 닫고 있다. 양천구의 한 꽃집을 찾은 40대 소비자는 꽃바구니 하나에 4만 원에서 5만 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보고 구매를 포기했다. 화려한 생화 대신 실용성이 높은 현금을 준비하거나 부가적인 선물로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결과다.

생화의 빈자리는 저렴한 조화나 비누로 만든 카네이션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대형 생활용품 판매점의 조화 코너를 찾는 발길은 늘었지만 전통적인 꽃집의 생화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가형 중국산 꽃의 유입으로 국내 화훼 농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불황을 넘어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성비에 집중하게 되는데 꽃은 이러한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법적 규제와 경제적 압박이 결합하여 카네이션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네이션 소비의 완전한 종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형 바구니 대신 한두 송이 위주의 소량 구매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실속형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액 구매만으로는 꽃집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향후 화훼 시장은 고가의 생화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격대의 대체 상품군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선물 문화가 현금이나 모바일 상품권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화훼 산업의 구조적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치와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카네이션 특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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