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사 장금상선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속에서도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항로를 확보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실질적 통제력을 입증했다. 이번 항해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해운업계의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무사히 통과함에 따라 향후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유지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 해운 산업의 핵심 축인 장금상선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이란의 봉쇄 조치로 긴장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며 에너지 수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로이터 통신은 해운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와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의 최신 데이터를 인용하여 장금상선의 바스라 에너지호가 위치추적 장치를 끈 채 해당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체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의 붕괴를 막기 위한 민간 차원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바스라 에너지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지르쿠 원유 수출 터미널에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한 뒤 항해를 시작했다. 해당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직후 해협 외곽에 위치한 UAE 푸자이라 원유 터미널에 화물을 안전하게 하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항해는 이란이 해상 통제권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위치추적 장치(AIS)를 비활성화하는 '다크 항해' 방식을 채택하여 물리적 충돌 위험을 최소화했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장금상선이 보여준 이번 행보는 단순한 운송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금상선은 최근 수년 동안 유조선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임차하며 전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해 왔다. 현재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VLCC 규모는 약 150여 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금상선이 페르시아만 내에서 수행해 온 '해상 저장소' 역할이 이번 돌파의 배경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지난 1월 말부터 약 4주간 페르시아만에 빈 유조선 최소 6대를 투입해 대기시킨 전략은 수출길이 막힌 산유국들에게 필수적인 물류 대안을 제공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움직임은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민간 해운사들의 노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장금상선 외에도 그리스 및 중국 자본과 연계된 유조선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시도가 잇따르며 해상 수송로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아기오스파누리오스 1호와 키아라 M호 역시 각각 200만 배럴의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기오스파누리오스 1호는 지난 4월 두 차례의 통과 실패를 겪은 끝에 이번 항해를 성공시키며 베트남 응이선 정유시설로의 하역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항해에 대해 국제 해상 규범 위반 및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항해할 경우 선박 간 충돌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며 해상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구조와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 해사 기구와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라 할지라도 해상 안전의 기본 원칙인 AIS 가동 중단은 장기적으로 해운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철저히 실리 중심의 질서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며 장금상선의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쟁 리스크로 인해 선박들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원유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는 산유국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며 막대한 이익으로 직결된다. 이는 한국 해운사가 단순한 운송업자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리스크 관리자로서 지위를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지속될수록 장금상선과 같은 대형 선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운 영향이 장기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수송 경로 확보와 해상 저장소 운영 능력은 해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기업의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한국 해운업계에 이번 사건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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