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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상가 관리비" 사라진다…오늘부터 14개 항목 세부 내역 의무 공개

김영 기자
©연합뉴스

 

상가 임차인이 납부하는 관리비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법무부는 청소비와 경비비 등 14개 세부 항목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시행한다. 이번 조치로 임대인의 자의적인 관리비 인상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상가 임대인은 앞으로 임차인에게 관리비를 징수할 때 반드시 세부 사용 내역을 제공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및 시행령 개정안이 12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관리비 산정 근거가 불투명하여 발생했던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과거 일부 상가 건물에서 관리비를 불투명하게 운용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인상해도 임차인이 이를 확인할 법적 수단이 없었던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관리비를 구성하는 14개 항목의 구체적인 명시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관리비를 받으면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등 법령이 정한 항목별 금액을 상세히 작성하여 제공해야 한다. 기존에는 관리비 총액만을 통보하거나 항목을 뭉뚱그려 고지하는 방식이 통용되었으나 이제는 항목별 지출 증빙이 의무화된 셈이다. 이러한 조치는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시장 질서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 임대인의 행정적 부담을 고려하여 소규모 상가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간소화 절차를 두었다. 임차인이 납부하는 관리비가 1인당 월 10만 원 미만인 상가의 경우 각 항목별 구체적인 금액까지 산출하여 고지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해당 관리비에 어떤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 구성 요소만을 고지함으로써 증빙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이는 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차등 적용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개정법의 조기 안착을 위해 행정적 지원책도 동시에 추진한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과 법 시행일에 맞춰 관리비 세부 항목을 명확히 표시할 수 있도록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 표준계약서를 활용함으로써 법적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표준양식의 보급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법 준수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이 가져올 시장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 강한 확신을 표명했다. 정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과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관리비 산정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부당한 관리비 청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관리비 공개 의무화가 임대인의 사적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행정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세부 내역을 산출하고 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이 결국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되어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무부는 시장 투명성 확보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이 규제 준수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 하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오히려 불필요한 법적 비용을 줄여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향후 상가 임대차 시장은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관리 체계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법적 근거가 완비됨에 따라 임차인은 정당한 권리로서 관리비 명세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임대인은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상시 구비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보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임대차 시장의 정상화는 건전한 자본주의 질서 확립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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