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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선 문턱서 꺾인 코스피, 장중 577P 널뛰며 외국인 5조원대 '투매'

윤근일 기자
8000선 문턱서 꺾인 코스피, 장중 577P 널뛰며 외국인 5조원대 '투매'
©연합뉴스

 

코스피가 장중 8,000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돌연 급락세로 반전하며 7,600선으로 후퇴했다. 외국인이 반도체 업종에서만 5조 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장중 변동폭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인 577포인트를 기록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과 미국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시장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장 초반 7,999.67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외국인의 기습적인 매도세에 밀려 전장 대비 179.09포인트(2.29%) 하락한 7,643.1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후 6거래일 만에 나타난 하락 마감으로, 시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지수는 개장 직후 1.68% 상승하며 낙관론을 확산시켰으나 장중 고점 대비 577포인트 넘게 빠지는 극심한 변동성을 노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만 5조 6,259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진한 전기전자 업종에서 5조 2,193억 원의 매물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시장 분위기를 급랭시켰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타고 누적된 차익실현 욕구가 대외 변수와 맞물리며 일시에 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가총액 상위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각각 29만 1,500원과 1,967,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으나 상승폭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반도체 대장주들의 반전은 지수 전체의 하락을 유도하며 장중 한때 전날 종가 대비 5.12% 급락한 7,421.71까지 밀려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의 압도적인 매도 물량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록된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확인되었다. 장중 변동성이 이처럼 증폭된 것은 지난 3월 4일 기록한 612.67포인트 이후 가장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8,000선이라는 심리적 저항선 앞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극도로 예민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핵 물질 관련 양보 없는 태도에 불만을 품고 대규모 전투 재개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졌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은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며 신흥국 증시인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했다.

미국 증시의 기술주 랠리 이면에 숨은 과열 경고음도 국내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퀄컴과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9% 상승했으나, 이는 오히려 국내 증시의 단기 고점 부담을 가중시키는 빌미가 되었다. 투자자들은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과는 별개로 주가가 실적 개선 속도를 앞질러 갔다는 우려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 조정이 잇따르며 차익실현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BNK투자증권은 하반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낮추었으며, 키움증권 역시 목표주가와 현 주가의 괴리율을 근거로 의견을 조정했다. LS증권은 실적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인건비 및 성과급 이슈가 향후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AI 열풍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는 나스닥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증시가 주요국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조정 국면이 시작될 경우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기술적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간 너무 급등함에 따라 차익실현 욕구가 전쟁 가능성이나 미국 물가지표 경계심 등을 명분 삼아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등 기초 체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반도체 중심의 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의 상황을 단기 과열 해소 및 매물 소화 국면으로 정의했다. 그는 "실적 전망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수의 상방은 여전히 열려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향후 시장의 향방은 오늘 밤 발표 예정인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와 금리 추이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4%대에 재진입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지수의 상방 동력이 여전하더라도 대외 변수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 실적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단기 급등세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매년 60% 이상 상승한 점을 상기시키며 "단기 급등을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이익 모멘텀의 실질적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코스피 8,000선 돌파는 시간문제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의 독주가 멈추고 지수 전반의 이익 체력이 검증받는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시장 질서의 재편이 예상된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시장 질서 유지와 더불어 투자자들의 냉철한 팩트 체크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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