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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협상 결렬 위기에 국제유가 4%대 폭등… WTI 102달러 돌파

윤근일 기자
미·이란 종전협상 결렬 위기에 국제유가 4%대 폭등… WTI 102달러 돌파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협상 타결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4.2% 상승하며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안을 고조시켰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기화 우려가 시장의 공포를 자극했다.

국제 유가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재점화와 외교적 해결책의 부재로 인해 다시 한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현지시간 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2.18달러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4.2%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ICE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역시 전장보다 3.4% 오른 배럴당 107.77달러에 거래를 마쳐 글로벌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는 종전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시장의 매수세를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휴전 상황을 두고 "현재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협상 동력이 사실상 상실되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란 측이 제시한 종전안에 대해 '쓰레기' 또는 '멍청한 제안'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외교적 타협 가능성을 일축한 점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싱턴의 이러한 강경 기조가 단순한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선물중개업체 스톤엑스의 알렉스 호즈 분석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은 평화협상 타결이 실제로 가능한 상황인지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외교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이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에너지 물류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국책 기관의 전망도 유가 상승의 촉매제가 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단기 에너지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상태가 5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기본 전망으로 가정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로가 차단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동맥경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해협의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어 시장의 우려를 더했다. EIA는 6월 중 해협 운항이 재개된다는 가정하에서도 걸프 해역 국가들의 생산 타격 여파가 심각해 원유 운송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단기적인 물리적 봉쇄 해제보다 무너진 생산 인프라와 물류 체계의 복구가 더 큰 과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동 국가들의 실질적인 생산량 감소 수치는 에너지 시장이 직면한 공급 절벽의 심각성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EIA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중동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 감소 폭은 하루 평균 1,05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공급 공백은 전략 비축유 방출이나 타 지역의 증산만으로는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며, 결국 시장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유가 급등이 정치적 수사에 의한 과도한 공포 심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으며, 실제 물리적 충돌의 확산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기계적 중립 차원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 의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 지표와 공급 데이터는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불가피함을 가리키고 있다.

향후 국제 유가는 미 행정부의 추가적인 대이란 제재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개통 시점에 따라 변동성을 확대할 전망이다. 공급 측면의 제약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유지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에너지 수급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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