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단순한 통상 파트너를 넘어선 경제안보 핵심 동맹으로 재정의한다. 외교부와 국립외교원은 내달 초 예정된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확정했다.
한국 정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에너지 및 물류망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국가 미래 성장을 보장할 전략적 요충지로 설정했다. 외교부와 국립외교원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의 후속 과제 이행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내달 1일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의 의제를 최종 점검하고 한국의 경제 영토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동발 위기는 국제 유가 상승뿐만 아니라 핵심 산업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다중 위기 속에서 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가 풍부한 아프리카와의 연대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단순한 자원 조달처에서 전략적 회랑(Corridor)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교수는 아프리카를 항만과 내륙, 산업 거점이 결합한 전략 요충지로 정의하며 핵심 회랑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기존의 파편화된 원조 방식에서 벗어나 물류와 산업이 연계된 거점 중심의 투자를 통해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 지원과 민간의 기술력이 결합된 입체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그리고 공공민간파트너십(PPP)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차관과 원조를 통해 인프라를 닦으면 민간 기업이 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 한국형 자원 외교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자원 전쟁의 격전지인 아프리카에서 한국이 중국 등 경쟁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있다. 서상현 고려대 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 기술을 광물 협력과 연계하는 기술 기반 차별화 전략을 강조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단순 자원 수출을 넘어 자국 내 가공 산업 육성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 전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에너지와 광물 협력은 일회성 조달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지속 가능한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헌주 연세대 교수는 현지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는 국가별 맞춤 전략 수립을 제언했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여 장기적인 자원 안보를 확보하려는 보수적이고 실리적인 국익 중심의 접근법이다.
중동 위기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비료 원료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요소 등 핵심 원료 수출이 지연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존의 농촌 개발 중심 협력을 넘어 현지 농산물 증산과 영양 개선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산업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다만 아프리카 내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불안정과 민주주의의 퇴보는 한국 기업의 진출에 실질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교수는 아프리카의 쿠데타 등 급격한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현지 시민들의 의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는 정교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량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도출된 전문가들의 고견을 바탕으로 내달 외교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이러한 행보가 자원 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파트너십은 이제 단순한 외교 수사를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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