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장산국립공원 내 축구장 6개 면적에 달하는 대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허가하며 국립공원 보전 체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를 법적 근거가 없는 '명칭 세탁'을 통한 위법 행정으로 규정하고 허가 취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은 향후 전국 국립공원 내 유사 시설 도입의 선례가 될 수 있어 환경 보호와 자산 활용 사이의 정책적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최근 내장산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의결하고 정읍시가 신청한 4만 1,394㎡ 규모의 파크골프 시설 신설을 최종 승인했다. 이는 축구장 6개 면적에 해당하는 32홀 규모로, 자연공원법상 보전 가치가 높은 공원자연환경지구 내에 위치하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법령에도 없는 용어를 동원해 사실상 금지된 시설을 허가했다며 행정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정읍시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명을 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체험시설로 변경하여 제출한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 발단이다. 현행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국립공원 내 골프장 설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파크골프장 역시 공원시설 범주에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5개 단체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 명칭을 동원해 보전 체계를 무력화한 결정"이라며 이번 의결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기후부가 법제처의 공식적인 유권해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인 해석만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점도 절차적 하자로 지적받는다. 의결주문에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적시하지 못한 채 사업을 승인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심 공원에서도 6홀 이하로 제한되는 시설을 국립공원에 5배 이상 규모로 허가한 것은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전국 국립공원이 난개발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전이 최우선인 국립공원 내에 대규모 체육시설이 들어서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지자체들의 유사한 요구를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이들 단체는 "이번 결정이 확정되면 전국 국립공원에 난개발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기후부 장관의 공원계획 변경고시 중단과 경위 공개를 촉구했다.
기후부는 이번 허가가 단풍철 외에 방치되는 기존 주차장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기존 부지의 절토나 성토를 금지하고 수목 훼손을 방지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관을 해치거나 기존 공원시설 운영을 방해하는 시설은 일절 설치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파크골프장 운영 과정에서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야간 운영 또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체육시설 도입에 따른 환경 오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국립공원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3년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적 합리성을 검증한 뒤 시설 유지 여부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국립공원의 보전 가치만큼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유휴 자산의 효율적 이용도 중요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한다. 다만 이러한 시설 도입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환경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관리 원칙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설의 정의와 설치 기준에 대한 보다 정교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장산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갈등은 향후 시범운영 결과와 환경단체의 법적 대응 향방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모니터링 결과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가 논란 종식의 관건이다. 국립공원의 공공성과 이용 편의성 사이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사회적 합리성 도출 과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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