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미, 워싱턴서 통합국방협의체 가동…전작권·핵잠수함 등 동맹 현안 '이견 조율' 주력

김영 기자
한미, 워싱턴서 통합국방협의체 가동…전작권·핵잠수함 등 동맹 현안 '이견 조율' 주력
©연합뉴스

 

한미 국방당국이 워싱턴DC에서 차관보급 협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고 연합방위태세 강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양측은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국방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협력을 심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올해 말 예정된 SCM을 앞두고 긴밀한 물밑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제24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개최하고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동맹의 대응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미국 측 존 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 제임스 핀치 동아시아 부차관보 직무대리를 비롯한 양국 국방 및 외교 분야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양측은 회의를 통해 한미동맹의 전반적인 국방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의 질적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양국 대표단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이 도출한 공동설명서인 조인트 팩트시트의 국방 분야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도출된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동맹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합의했다. 이는 한미동맹을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려는 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가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했다고 공식 평가했다. 한반도 내에서의 억제력 확보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공동의 안보 목표 달성에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정례적인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각급 수준에서의 전략적 교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협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는 양국 간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며 신중한 접근이 이어졌다. 한미는 지난해 SCM 당시 올해 말 열릴 SCM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확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이번 KIDD에서의 논의 결과가 주목받았다. 다만 공식 발표문에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척 사항이나 합의된 연도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아 최종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과 유엔군사령부 관할의 비무장지대(DMZ) 분할관리 방안 등 민감한 국방 현안들도 이번 회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은 지난해 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된 합의 사항으로, 우리 군의 장기적인 전력 증강 계획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 측은 기술 이전과 핵 비확산 원칙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을 지속하고 있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현안에 대한 양국의 온도 차는 회의 직전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감지되었다. 지난 11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이라는 대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밝히면서도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 장관은 당시 취재진과 만나 "전작권 전환에 대해 미측에서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며 동맹 내부에 존재하는 전략적 이견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조인트 팩트시트와 SCM 결과를 적극 이행하기로 한 것은 현안 해결을 위한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58차 SCM은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 확정 등 동맹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KIDD는 이러한 장관급 회담의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고 기술적인 검토를 마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동맹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중한 태도가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본토의 국방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전작권 전환이나 핵잠수함 기술 협력은 단순한 군사적 사안을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의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자국의 글로벌 전략적 유연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효율성과 법치 중심의 보수적 관점에서 볼 때, 한미 국방 협력은 비용 대비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 역시 한국 군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연합방위체계의 공백이 없다는 확신이 전제될 때 비로소 추진될 수 있는 과제다. 무리한 일정 확정보다는 동맹의 실질적인 억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1년 출범한 KIDD는 지난 15년 동안 한미 안보 협의의 핵심적인 고위급 채널로 자리매김하며 동맹의 위기 관리 역량을 입증해 왔다. 매년 한미가 번갈아 개최하는 이 회의체는 실무진의 전문성과 고위 정책 결정자의 정무적 판단을 결합하여 복잡한 안보 현안을 해결하는 용광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워싱턴 회의는 비록 모든 쟁점에 대한 정답을 내놓지는 못했으나,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향후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 분야별 실무 그룹 회의를 가동하여 세부 이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한 공동 평가와 핵잠수함 관련 기술적 검토는 국방부와 합참 차원에서 더욱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SCM에서 양국 국방 수장이 어떤 최종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의 새로운 10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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