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식 축의금 평균 액수가 11만 7000원을 기록하며 2년 전보다 약 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5만원' 축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10만원 이상을 내는 하객이 절반을 넘어서며 축의금의 기본 단위가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특히 정부의 증여공제 확대 정책과 맞물려 1억원 이상의 초고액 송금 건수가 폭증하는 등 축의금이 자산 이전의 통로로 활용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NH농협은행이 발표한 '결혼식 축의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평균 축의금은 11만 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1만원, 2024년 11만 4000원에 이어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결과로 2년 새 상승률은 6.9%에 달한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예식장 식대와 대관료가 가파르게 오르자 하객들이 이에 맞춰 축의금 기준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축의금 액수별 비중을 살펴보면 여전히 5만원권이 42.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 위상은 과거와 다르다. 10만원을 송금하는 비중이 39.7%까지 치솟으며 5만원권과의 격차를 불과 2.6%포인트 차이로 좁혔기 때문이다. 20만원을 보내는 사례도 전체의 7.5%에 달해 이제는 10만원이 축의금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상의 변화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5만원 송금 비중은 2023년 46.5%에서 지난해 42.3%로 4.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10만원 송금 비중은 36.1%에서 39.7%로, 20만원 비중은 6.1%에서 7.5%로 동반 상승했다. 시장 질서의 변화에 따라 하객들이 느끼는 심리적 하한선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축하를 넘어선 고액 송금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100만원 이상의 고액 축의 비중은 2023년 2.95%에서 지난해 3.17%로 늘었으며 1000만원 이상의 초고액 송금 역시 0.22%에서 0.36%로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결혼 관련 1억원 이상 송금 건수가 전년 대비 14배나 폭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러한 초고액 송금의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 자리 잡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024년 시행된 혼인·출산 증여공제가 고액 축의금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혼인이나 출산 시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 과세액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가 자산가들의 자금 이동을 촉진한 결과다.
축의금 송금 시점은 결혼식이 집중되는 토요일이 3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주간 활동의 정점을 찍었다. 결혼식 전날인 금요일에 미리 축의를 마치는 경우도 20%에 달해 예식 당일 혼잡을 피하려는 비대면 송금 문화가 정착됐음을 시사한다. 일요일 송금 비중은 16%로 집계되어 주말 전반에 걸쳐 축의 행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사회초년생과 주력 혼인층이 포진한 20·30세대의 평균 축의금이 13만 8000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은 11만 8000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고 40·50세대는 10만 7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청년층이 지인과의 관계 유지와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역별 평균 축의금은 서울이 13만 4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반영했다. 부산이 12만 8000원, 광주가 12만 4000원, 인천이 11만 9000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 측은 서울 지역의 예식 관련 비용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점이 하객들의 축의금 규모 결정에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축의금의 가파른 상승이 하객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인맥 관리를 위한 필수 비용이 가계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결혼식 참석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습적인 축의 문화가 현대의 합리적 소비 가치와 충돌하며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축의금 시장은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정책적 혜택이 맞물려 고액화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부조의 의미를 넘어 자산 상속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축의금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축의 기준 정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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