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비수도권 벤처 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총 2조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5년 사이 청산된 모태펀드 지역 자펀드가 평균 11.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역 투자의 경제적 타당성이 증명된 결과다. 정부는 이번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수도권에 편중된 벤처 자본의 흐름을 지방으로 유도하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판을 연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 투자의 수익성이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됨에 따라 비수도권 벤처 투자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5년간 청산된 지역 펀드의 성과는 그동안 '지방 투자는 수익성이 낮다'는 시장의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근거가 되었다. 모태펀드는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113개의 지역 펀드를 1조 8,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며 지역 벤처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역 펀드의 성공 사례는 특정 기업의 고성장과 수익 배수 확대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충북 청주의 엠플러스와 대전의 펩트론 등 상장사에 초기 투자한 지역 펀드는 수익률 15.2%, 수익 배수 3.4배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며 지역 투자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정책적 지원을 넘어 지역 기업들이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모태 자펀드에 비수도권 투자 의무 비율을 설정하여 자본의 지방 유입을 강제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다. 올해 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선정되는 펀드의 80% 이상에 비수도권 추가 투자 의무가 부여되며, 운용사 선정 시에도 지역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을 우대한다. 이는 민간 자본이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규제 장치로 작동할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조성될 2조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는 지방정부와 모태펀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취한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대경권, 서남권, 전북, 대전, 울산 등 5개 주요 거점 지역에 4,5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우선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지역의 특화 산업과 연계하여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핵심 창구 역할을 맡는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4대 과학기술원도 이번 지역 투자 확대 기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KAIST, DGIST, GIST, UNIST는 지역성장펀드의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며, 각 기술원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도시 특화 펀드'를 별도로 조성한다. 이는 학계의 기술력과 정부의 자본력을 결합하여 지역 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높이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지역 현장의 밀착 지원을 위해 권역별 투자 센터를 대대적으로 신설하고 조직을 개편한다. 하반기 중 광주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 대전의 중부권, 대구의 대경권에 투자 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며, 기존 부산 사무소는 동남권 투자 센터로 확대된다. 이러한 권역별 거점은 지역 출자 기관 발굴과 현지 벤처캐피탈(VC) 육성을 담당하며 지역 금융 생태계의 허브로 기능하게 된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모태펀드가 꾸준히 지역 투자 생태계를 육성해 온 결과가 지역 펀드의 높은 수익률로 입증되고 있다"며 "잠재력이 높은 지역 기업들과 지역 투자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벤처 투자 생태계 고도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있음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 투자 의무화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부실 투자가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펀드 수익률 하락과 모태펀드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배분보다는 지역 내 우수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심사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향후 지역성장펀드는 지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타개할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지역 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촉진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체계적인 관리와 투명한 운용이 뒷받침된다면 지역 투자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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