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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베이징 담판 돌입 양강 체제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변곡점

이겨례 기자
미중 베이징 담판 돌입 양강 체제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변곡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과 글로벌 질서 재편을 위한 고강도 협상에 착수했다. 이번 회담은 관세 철회와 중동 정세 안정 등 핵심 의제를 다루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날 밤 베이징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통해 집권 1기 이후 9년 만에 중국 지도부와 대면 협상에 나섰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에 성사된 만남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무역 갈등 해소와 관세 조정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며 경제적 실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와 쇠고기, 보잉 항공기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 주석 역시 미국과의 전략 경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관계 안정화와 수출 통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의 안정화와 이란 핵 문제는 이번 회담의 향방을 가를 핵심적인 지정학적 의제로 부상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촉구하고 있으며 중국도 중동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중동 문제에서 공통의 분모를 찾는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는 이번 회담에서도 가장 첨예한 갈등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를 핵심 이익 침해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전부터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의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임을 재확인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첨단기술 통제와 인공지능(AI) 안전 규범 정립 등 미래 패권을 결정지을 신산업 분야의 논의도 본격화된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대중국 유입을 차단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를 발전 권리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른 공급망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브렌트유 기준 2%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의 민감한 반응이 이어졌다.

홍콩 내 인권 문제와 언론인 지미 라이의 수감 문제 등 가치 외교 측면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회담 전반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불안 요소로 꼽히며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합의보다는 양국의 갈등을 관리하는 수준의 '정치적 휴전'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중국의 기술 탈취와 불공정 무역 관행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양보를 경계하고 있다. 미중 간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되는 합의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미중 양강 체제로 전환되는 역사적 과정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홍콩중문대학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 정융녠 원장은 "미중 관계가 매우 중요한 지점에 도달했으며 이번 방중은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과 비견될 만큼 무게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외교적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한반도 안보 지형과 수출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제약될 수 있으며 특히 대만 해협의 긴장 수위는 한국의 물류 안보와 직결된다. 코스피 지수가 미중 회담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며 8,000선 돌파를 시도하는 등 국내 금융 시장도 이번 베이징 담판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안정화 여부를 넘어 21세기 새로운 국제 질서의 규범을 정립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이 15일 예정된 소규모 차담회와 오찬 회동을 통해 어느 수준의 공동 성명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미중 양강의 전략적 공존이 실현될지 혹은 패권 경쟁의 심화로 이어질지는 이번 베이징에서의 2박 3일 일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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