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트럼프 행정부 반이민 수뇌부 연쇄 이탈과 초강경 정책의 행정적 공백 가속화

이겨례 기자
트럼프 행정부 반이민 수뇌부 연쇄 이탈과 초강경 정책의 행정적 공백 가속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해온 고위 당국자들이 잇달아 사퇴하며 집권 2기 국정 동력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마이클 뱅크스 국경순찰대장이 14일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이는 지난 3월 국토안보부 장관 교체와 이민세관단속국 수뇌부의 공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국경 보안의 실무 책임자인 마이클 뱅크스 국경순찰대 대장이 전격 사임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통제 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졌다. 뱅크스 대장은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조직이 제 항로에 올라섰다는 판단하에 물러날 시점이 되었음을 시사했다. 작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그는 국경 지역에 국한됐던 단속 범위를 내륙 깊숙이 확장하며 초강경 이민 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활동해왔다.

국경순찰대의 공격적인 활동 범위 확대는 행정부의 성과로 포장되었으나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인권 논란과 행정적 부담을 야기했다. 뱅크스 대장 지휘하의 순찰대는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을 넘어 도심 지역까지 단속망을 넓혔으며, 이 과정에서 공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뱅크스의 사퇴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행정부 내부의 정책 집행 피로도와 외부의 법적 압박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은 반이민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급격히 냉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불법체류자 단속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가 단속 요원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공권력의 과잉 대응 논란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 이후 성과 중심의 단속 방식이 미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 행정부 내에서도 회의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부 내 이민 관련 고위직의 연쇄 이탈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민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를 이끌던 크리스티 놈 전 장관은 지난 3월 사실상의 경질 형태로 보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미네소타 단속 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그레고리 보비노 역시 3월 말 은퇴를 선언하며 현장을 떠났다. 대규모 추방 작전의 실무를 총괄해온 토드 라이언스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마저 이달 말 사직을 예고하며 지휘부 공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공약은 2024년 대선 승리의 핵심 동력이었으나 집권 2기 2년 차를 맞아 정책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기에는 불법 이민자 유입의 급격한 감소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냈으나,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 내부에서도 인명 사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책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쇄 사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정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경 보안 전문가들은 수뇌부의 부재가 불법 입국 시도를 제어하는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경 보안 시스템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임 인선이 시급하지만, 현재의 정치적 논란 속에서 적임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는 시장 질서와 노동력 공급 측면에서도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다. 농업과 건설업 등 이민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경제적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법 집행 과정에서의 민주적 절차와 인권 보호가 결여될 경우 행정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제언한다.

향후 미국 이민 정책은 단속의 효율성보다는 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고위 당국자들의 이탈은 기존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며, 이는 차기 인선 과정에서 정책의 완급 조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 보안이라는 국익과 민심 수습이라는 정치적 과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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