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5천765억 엔 규모의 엔화 채권을 발행하며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발행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월가를 넘어 전 세계 자본 시장에서 차입 통화를 다변화하며 거대 언론과 시장이 주목하는 AI 투자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일본 자본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 발행을 마무리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알파벳은 총 5천765억 엔, 한화 약 5조 2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인공지능(AI) 설비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기록한 4천300억 엔을 넘어서는 외국 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엔화 채권 발행이다.
이번 채권은 3년물부터 40년물까지 총 7개의 다양한 만기 구조로 구성되어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발행 주관은 미즈호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가 공동으로 맡아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를 성공적으로 끌어모았다. 알파벳이 이처럼 장기물 중심의 엔화 채권을 대거 발행한 것은 안정적인 저금리 자금을 확보하여 장기적인 AI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1년 사이 급격하게 변화한 재무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부채가 전무했던 알파벳은 최근 수개월간 유로화, 스위스프랑화,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채권을 잇따라 발행하며 4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올해 알파벳의 설비투자 규모가 최대 1천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창구의 다변화는 필수적인 선택이 되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현금흐름에 대한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소위 4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올해 집행할 AI 투자 규모는 7천2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막대한 투자의 영향으로 이들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은 최근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전체 차입금 중 해외 통화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까지 상승했다. 미국 내 AI 관련 채권 발행이 급증하며 현지 투자자들의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엔화나 스위스의 스위스프랑 등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통화는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하려는 빅테크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 역시 알파벳의 뒤를 이어 스위스 시장에서 28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글로벌 차입 행보에 동참했다. 알파벳은 지난 2월 영국 시장에서 100년 만기 스털링 채권을 발행하는 등 초장기 채권 발행을 통해 부채 만기 구조를 분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 빅테크들이 자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고도의 재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제이피모건의 존 서비디아 글로벌 투자등급 파이낸싱 공동 대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제 모든 통화 옵션을 탐색하고 있다"며 "해외 통화 차입은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간격을 늘리고 자사 채권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자금을 빌리는 것을 넘어 기업의 신용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빅테크의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스콧 슐트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신디케이트 공동 대표는 "AI는 장기적인 성격의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센터 구축과 GPU 확보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AI 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체력 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향후 빅테크들의 채권 발행은 더욱 장기화되고 통화는 다각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급격한 외화 부채 증가가 향후 환율 변동성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AI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단기간에 부채 비중을 높이는 것에 대해 시장의 질서와 기업의 내실 경영 측면에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알파벳의 이번 엔화 채권 발행은 AI 패권 장악을 위한 자금 조달 전선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AI 인프라라는 장기 인프라 자산을 구축하며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자본 시장은 이들 하이퍼스케일러의 차입 전략과 그에 따른 시장 금리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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