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과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연료 가격 인상과 금 수입 관세 상향을 포함한 강력한 긴축 경제 체제에 돌입했다.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95.9350루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국민들에게 재택근무와 해외여행 자제를 촉구하며 국가적 위기 대응을 선언했다.
인도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3% 이상 전격 인상하며 전쟁 발발 이후 유지해온 소매 가격 동결 기조를 폐기했다. 인도석유공사(IOC)를 비롯한 주요 국영 기업들은 델리 지역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97.77루피로 3.2%, 경유는 90.67루피로 3.4% 각각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적자를 감수해온 석유 기업들의 경영 한계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인도 당국은 이번 연료 가격 인상이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당 95.9350루피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여 수입 물가 압박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통화 가치 하락은 석유 수입 비용을 더욱 상승시켜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석유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그간 중동발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왔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인도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약 198만 배럴로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 면제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이러한 우회 수급로마저 차단될 위기에 놓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제재 면제 종결이 인도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산 저가 원유 수급이 막히게 되면 인도는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하며 이는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와 동시에 내수 소비를 강제로 줄이는 초강수 행정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난이 심화되자 인도 연방정부와 각 지방정부는 공공 부문부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긴축 지침을 잇따라 하달했다. 수도 뉴델리 당국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2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모든 대면 행사를 온라인 회의로 전환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공공 부문에서 발생하는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여 국가적 에너지 비축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에도 공무원과 유사한 수준의 재택근무 조치를 자발적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권장하고 나섰다. 레카 굽타 델리 주총리는 90일간의 집중 캠페인을 통해 공공 부문의 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시민들에게는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과 카풀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독려하며 사회적 비용 절감을 호소했다.
외화보유액 방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전통적인 자산 저장 수단인 귀금속 수입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 칼날을 빼 들었다. 이번 주 초 단행된 금과 은에 대한 수입 관세 15% 인상은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직접적인 시장 개입 조치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금 소비국 중 하나로 귀금속 수입은 석유와 함께 외화 유출의 핵심 경로로 지목되어 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애국적 소비 절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불필요한 해외여행과 금 구매를 자제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그는 연료 절약과 외환 확보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애국심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이라며 대중교통 이용과 비료 소비 절약을 권장했다.
인더스인드 은행의 가우라브 카푸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필수적 품목의 수입 억제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금 수입 규제가 최우선적인 거시경제 안정화 카드로 부상하는 것은 인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긴축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외화 유출을 늦출 수 있으나 근본적인 에너지 자립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급격한 가격 인상과 긴축 기조가 서민 경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델리 등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액화석유가스(LPG) 부족 및 가격 급등 항의 시위는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경우 내수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인도의 경제 향방은 글로벌 유가 추이와 미국의 대러 제재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루피화 방어 여력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의 구조적 특성상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당분간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긴축 경영을 지속하며 에너지 안보와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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