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성폭력 가해자의 석방 사실을 사법 당국이 피해자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가해자의 출소 정보를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국가 폭력'을 차단하고, 석방 최소 한 달 전 통보를 통해 피해자의 실질적인 안전 확보 기간을 보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프랑스 하원이 성폭력 가해자의 구금 해제 시 사법 당국이 피해자에게 이를 체계적으로 통보하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며 사법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일간 르몽드와 프랑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가해자의 석방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과 실질적 위협을 국가가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었다. 기존 사법 체계가 피해자의 요청이나 판사의 재량에 의존하여 통보 여부를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국가가 주도하여 가해자의 신변 변화를 알리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번 입법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3월 발생한 17세 청소년의 비극적인 자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출소 후 인근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가 절망감을 토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해당 청소년은 사망 직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해자가 자유의 몸이 되어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를 드러냈으며, 이는 국가의 통보 시스템 부재가 초래한 사회적 타살로 규정되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로르 밀러 의원은 가해자의 석방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국가에 의한 또 다른 폭력으로 정의했다. 밀러 의원은 "피해자가 우연히 또는 소문을 통해 가해자의 석방을 알게 되는 것은 국가가 가하는 폭력과 다름없다"고 강조하며 법적 강제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논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피해자의 인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법 당국의 적극적인 행정력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었다.
새로운 법안은 강간 등 중대 성범죄와 가정 폭력 혐의로 구금된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석방 및 구금 중단 상황을 포괄한다. 구속 영장 발부 전의 구금 해제나 일시적 석방 역시 통보 대상에 포함되어 감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사법 당국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가해자의 석방 최소 한 달 전에 관련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엄격한 시한을 부여받았다.
석방 통보와 함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격리 조치들도 체계화되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가해자가 석방될 경우 피해자와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며,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접근하는 행위 역시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회 복귀 이후에도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물리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국가의 치안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프랑스 언론과 외신들은 이번 법안이 유럽 내 성범죄 피해자 보호 표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이에프피(AFP) 통신은 이번 법안이 여야의 이견 없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프랑스 정치권이 시민 안전이라는 초당적 과제에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하원을 넘어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며, 프랑스 사법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의 인권과 재사회화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법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거주지 제한이 헌법상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과도한 정보 공유가 갱생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프랑스 하원은 피해자의 생명권과 안전권이 가해자의 거주 편의보다 우선한다는 보수적 사법 정의를 선택함으로써 사회 질서 확립에 무게를 두었다.
향후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여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프랑스 내 성범죄 재범률 감소와 피해자 회복 지원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석방 시점을 미리 인지하고 심리적 대비와 물리적 보호 조치를 강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 또한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가 범죄 피해를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이번 법안의 최종적인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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