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 축제가 외부 연예인 공연 중심의 대형 콘서트로 변질되면서 환경 파괴와 불법 거래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공연 공간 확보를 위해 10년 넘은 나무 12그루를 베어냈으며, 경희대학교는 연예인 섭외에만 2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증이 10만 원에 암거래되고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는 민원에 귀마개 1,500개가 배부되는 등 대학 축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축제가 본연의 학술적 의미를 잃고 연예인 공연 중심의 상업적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정상급 아이돌과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수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캠퍼스의 물리적 환경까지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축제의 규모가 비대해짐에 따라 재학생과 외부인 사이의 갈등은 물론, 암거래와 소음 문제 등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이 지향해야 할 교육적 가치보다 대중적 흥행을 우선시하는 풍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축제 공간 확보를 위해 캠퍼스 내 수목을 무단으로 벌목하여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달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 위치했던 12그루의 양버즘나무와 등나무 벤치가 오는 19일 열릴 '대동제' 공연 부스 설치를 위해 철거된 사실이 드러났다. 10년 넘게 학생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던 휴식처가 일회성 행사를 위해 사라진 것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측의 행정 편의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학교 본부와 총학생회는 책임의 소재를 두고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의 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총학생회는 학교 역시 공간 확보를 바랐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 보존에 대한 고려가 전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학 축제의 연예인 섭외 경쟁은 시장 질서를 교란할 정도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이번 봄 축제 연예인 섭외를 대행할 업체 선정 예산으로 총 2억 2,000만 원을 배정하며 '최정상급 아이돌' 섭외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대학의 본질적인 교육 서비스 제공보다 외부 연예인 모시기에 과도한 재원을 투입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다.
공연 관람권이 희소해지면서 재학생 전용 입장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법적인 학생증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강대학교 축제에서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타 대학 졸업생이 재학생의 학생증을 10만 원에 대여하는 사례가 포착됐다. 입장 전 학교 관련 퀴즈를 내는 등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나, 암기까지 동원한 부정 입장을 완전히 막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인파가 몰리는 공연장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대기 행렬이 새벽부터 형성되며 새로운 서비스 시장까지 등장했다. 서강대 공연의 경우 행사 당일 오전 3시부터 대기줄이 늘어섰으며, 장시간 대기자를 위한 유료 심부름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식사나 음료를 대신 구매해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대학 축제가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종속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축제 기간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은 인근 거주자와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앙대학교 축제기획단은 도서관 인근 소음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축제 기간 중 귀마개 1,500개를 배부하고 대체 강의실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축제의 즐거움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이르자 대학가 내부에서도 축제 운영 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단절되었던 대면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보상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오랜 기간 동안 학생 주관 행사가 없었다 보니 화려한 공연을 원하는 수요가 커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가 공공 자산인 캠퍼스 환경을 파괴하거나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 축제가 단순한 연예인 공연장이 아닌 대학 구성원의 화합과 학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장으로 복원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영학과 4학년 강모 씨는 "크고 오래된 나무와 정자를 없애면서까지 축제하는 게 옳은 건지 모르겠다"며 주객전도된 현실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의 상업화를 경계하고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대학가에서는 축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캠퍼스 시설 보존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 섭외비용의 적정성 검토와 더불어 외부인 출입에 따른 보안 대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축제가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법치와 질서가 무너진다면 대학의 근간인 교육적 권위마저 상실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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