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유통업계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운동 거점인 ‘러닝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은 물론 편의점까지 가세해 물품 보관함과 전문 러닝 코스를 연계한 인프라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유통업계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국내 러닝 인구를 선점하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하고 있다. 과거 스포츠 의류와 신발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데 그쳤던 매장들은 이제 러너들의 짐을 보관하고 운동 후 휴식을 취하는 복합 인프라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려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은 지난달 30일 ‘미즈노 런 허브’를 개점하며 실외 활동과의 연계성을 극대화했다. 방문객은 매장에서 최신 러닝화를 대여해 실내 트레드밀을 이용하거나 인근 백운호수의 ‘나비런’ 코스를 직접 달릴 수 있다. 야외 활동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 짐 보관이 가능한 라커룸을 별도로 구비하여 러너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부터 ‘나이키 런클럽(NRC)’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러너들은 이곳에 모여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을 달리는 정기 모임을 가지며 피팅룸과 러닝화 체험 서비스를 이용한다. 대규모 쇼핑몰이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도시 러너들의 거점 기지로 기능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공원과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더현대 서울 내부에 대규모 러닝 특화 공간을 구축했다. 지난 3월 4층에 문을 연 535㎡ 규모의 ‘더현대 러닝 클럽’에서는 매달 정기적인 운동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안에는 러너들을 위한 전용 라커룸을 추가로 조성해 야외 운동 편의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스포츠 매장 리뉴얼과 대규모 참여형 행사를 통해 러닝 인구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스시티점은 스포츠관 단장과 함께 ‘런 인 사우스시티’ 행사를 열어 소셜 미디어 참여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타임스퀘어점에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크테릭스 매장을 신규 오픈하며 전문 러너들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역시 한강공원 인근 점포를 중심으로 ‘러닝 스테이션’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무인 물품 보관함과 전용 상품 코너를 설치해 러너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달린 거리에 따라 생수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러닝 멤버스’ 프로그램은 운동과 소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러닝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쇼핑몰이 상품 판매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러너들을 위한 거점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방문 유도와 브랜드 경험 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이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간 중심 마케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전환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드는 고정비용 대비 체류 고객의 실질 구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장 선점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유통가의 러닝 마케팅은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러닝 기록 앱과의 연동을 통한 개인화된 리워드 제공과 커뮤니티 활동 지원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속 유통 채널들의 ‘러닝 캠프’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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