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공수처, '룸살롱 접대 의혹' 지귀연 부장판사 소환... 뇌물죄 성립 여부와 수사 권한 쟁점 부상

이겨례 기자
공수처, '룸살롱 접대 의혹' 지귀연 부장판사 소환... 뇌물죄 성립 여부와 수사 권한 쟁점 부상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룸살롱 접대 의혹을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공수처는 유흥주점 업주로부터 술값이 300만 원을 상회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의 무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강제수사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포착하면서 사법부 신뢰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공수처 수사3부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지난 7일 지 부장판사를 소환하여 술값 지불의 구체적인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번 소환은 공수처가 지난해 11월 지 부장판사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택시 애플리케이션 기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선 지 약 6개월 만에 이루어진 첫 대면 조사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지 부장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당시 김 의원은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경 서울 서초구 소재의 룸살롱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이어가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수사의 핵심 동력은 유흥주점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구체적인 결제 내역과 진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수처는 해당 업주로부터 당시 지 부장판사 일행이 지불하거나 접대받은 술값이 1회에 300만 원을 넘겼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탁금지법상 형사 처벌 기준인 1회 100만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수사팀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이 된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뇌물죄와 청탁금지법 위반 사이에서 어떤 처분을 내릴지에 주목하고 있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접대 행위와 지 부장판사의 직무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과 대가성이 물증이나 진술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수처는 술값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단순한 친분 관계를 넘어선 대가성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반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이미 지난해 9월 해당 의혹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당시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법관의 직무와 연관된 접대로 보기 어렵다는 심의 결과를 내놓으며 징계 절차 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수처가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대가성 물증을 확보했느냐가 향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공수처의 수사 권한에 대한 법리적 논쟁이 예상된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개시 대상 범죄 목록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죄와 관련된 범죄로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함께 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수사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실제로 공수처는 과거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시작해 관련 범죄인 내란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전례가 있다. 법원 역시 내란 관련 재판에서 공수처의 이러한 수사 확대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며 수사권의 유연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러한 선례는 지 부장판사 사건에서도 공수처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관계자는 향후 절차와 관련하여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로 이첩할지 등에 관해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은 확보된 진술과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의 윤리를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인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만약 공수처가 수사 권한 밖이라고 판단할 경우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사건을 타 수사기관으로 넘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고위 법관의 도덕성과 사법 신뢰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명확히 인정되어야 뇌물죄 처벌이 가능하며, 100만 원 초과 여부 역시 엄격한 증거에 의해 증명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법관의 독립성과 직무 수행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향후 공수처는 피의자 조사 내용을 정밀 분석한 뒤 조만간 최종 처분 방향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 재판장을 지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수사 결과는 정치권과 사법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치주의와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이번 사건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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