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 35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토너먼트 참가를 위해 17일 경기도 수원에 도착했다. 이번 방남은 여자 축구 종목으로 한정할 경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며, 북한 스포츠 선수 전체로는 8년 만의 사례다. 선수단은 오는 20일 수원FC 위민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남북 클럽 대결을 벌인다.
북한 여자 축구의 주축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국제 대회를 통한 남북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다시 텄다. 선수 23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이날 오후 4시 6분께 경찰의 삼엄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숙소인 수원 시내 한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입국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이동하여 대회 준비를 위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호텔 정문에 도착한 선수단은 짙게 선팅된 버스에서 내려 침묵 속에 숙소 내부로 이동했다. 백팩을 메고 차례로 내린 선수들은 대기 중이던 시민단체 회원들의 환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정면과 바닥만을 응시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통제선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현장에는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이 현수막을 들고 북측 선수단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들은 "내고향 축구단의 선전을 응원한다"는 문구를 내걸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일부 투숙객들은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신기한 듯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박성철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집행위원장은 "북한 선수가 8년 만에 한국에 오는 것이라 반가운 마음에 응원하러 나왔다"고 이번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단은 로비에서 별도의 체크인 절차도 생략한 채 사전에 준비된 동선을 따라 신속하게 객실로 이동했다. 경찰은 호텔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일반 시민과의 접촉을 엄격히 차단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숙소에 짐을 푼 선수단은 휴식 시간도 없이 곧바로 수원의 한 야외 축구경기장으로 이동해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반소매와 반바지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은 훈련장에 들어서며 비로소 옅은 미소를 띠는 등 다소 완화된 표정을 보였다. 훈련장 주변은 2.5미터 높이의 가림천으로 철저히 가려졌으며 경찰관들이 상주하며 외부 접근을 통제했다.
이번 내고향팀의 방남은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이뤄진 다자간 국제 스포츠 행사라는 점에서 정책적 주목을 받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선수의 방한 경기는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처음이다. 여자 축구로는 1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단절되었던 교류가 재개되는 셈이다.
대회 일정은 오는 20일부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20일 오후 2시에는 멜버른 시티 FC와 도쿄 베르디가 첫 경기를 치르며, 같은 날 오후 7시에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준결승 승자들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최종 우승컵을 놓고 격격돌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이 순수한 스포츠 교류를 넘어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수단의 이동 동선이 극도로 제한되고 시민들과의 대화가 원천 차단된 점은 자유로운 민간 교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통제 위주의 운영 방식은 향후 남북 스포츠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내고향 선수단은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 체류 기간을 달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결승에 진출할 경우 오는 24일 출국할 예정이나, 준결승에서 패배하면 오는 21일 곧바로 한국을 떠날 계획이다. 선수들은 2인 1실의 객실을 배정받았으며 호텔 내부에 마련된 별도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시아 여자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이번 대회는 남북 클럽 간의 자존심 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고향팀은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호주와 일본의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축구계는 이번 대회가 아시아 여자 축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향후 남북 간의 스포츠 협력 모델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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