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 속에서도 개인의 저가 매수세와 낙관적인 실적 전망에 힘입어 장중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을 근거로 두 기업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며 내년 합산 영업이익이 대만 TSMC를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이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에 제동을 걸며 '노조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점도 투자심리 회복의 발판이 되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의 급락세를 딛고 동반 상승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3.88% 상승한 28만 1,000원에 장을 마쳤으며, 장중 한때 6.65%까지 치솟는 변동성을 보였다. SK하이닉스 또한 장 초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1.15% 오른 184만 원으로 마감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회복세를 견인했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장 초반 국내 반도체 종목들은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에 노출되었다. 지난 15일 뉴욕증시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나스닥 지수가 1.54% 하락한 것이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고유가 장기화로 인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시장의 공포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고질적인 노조 리스크가 법적 판단을 통해 일부 완화되면서 경영 정상화와 생산성 유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반등의 촉매제가 되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목표주가를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34만 원에서 59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234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대폭 올렸다. 인공지능 기반의 메모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상향의 핵심 근거다.
노무라증권은 특히 장기 공급계약(LTA) 체결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직면했던 위험 프리미엄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내년은 신규 LTA 사이클의 원년이 될 것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대만 TSMC의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경기 순환형 구조를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익성 개선을 근거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70만 원에서 3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이익 추정치를 높여 잡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키옥시아의 가이던스 등을 고려할 때 2분기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40% 이상의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중되는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이를 받아내는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6,516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조 2,402억 원과 1조 212억 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되며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1,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와 글로벌 금리 변동성은 향후 주가 흐름에 있어 여전히 주의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8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 신호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변수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수급 불안보다는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과 기업들의 이익 체력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가격 하락 리스크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실적 발표를 통해 실제 이익 개선세가 확인될 경우 주가의 재평가(Re-rating) 과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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