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 이란 종전협상 교착에 호르무즈 봉쇄 공포 확산 국제유가 112달러 돌파

이겨례 기자
미 이란 종전협상 교착에 호르무즈 봉쇄 공포 확산 국제유가 112달러 돌파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3%대와 2%대 급등세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재고 고갈을 경고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에너지 공급망 붕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국제 유가가 단기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07% 상승한 배럴당 108.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2.60% 오른 112.1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란은 최근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전달했으나 미국 측은 이를 실질적인 진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역제안은 이전과 비교해 형식적인 변화만 담고 있을 뿐 합의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수급 불균형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조달 비용의 상승은 물론 글로벌 물류망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의 상업용 원유 재고 수준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IEA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봉쇄의 여파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급격히 고갈되고 있으며 현재 남은 물량은 단 몇 주 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고 부족 현상은 유가 하방 지지선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시 경제 분석 기관들은 유가 급등이 불러올 연쇄적인 경제 충격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미·이란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경제 성장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통행 재개가 지연될 경우 주요 경제권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필연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며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과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5~6%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의 공포는 실물 경제로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이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외교적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양국이 경제적 파국을 피하기 위해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낙관론은 시장에서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향후 국제 유가는 미·이란 간의 추가 접촉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 해제 여부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에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에너지 수급 안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원유 시장의 불안정성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안보가 국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현재의 국면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종전협상#교착에#호르무즈#봉쇄
미 이란 종전협상 교착에 호르무즈 봉쇄 공포 확산 국제유가 112달러 돌파 : 글로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