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北 군사분계선 침범 '제로'의 역설, 불모지 작업 끝내고 요새화 공정 박차

김영 기자
北 군사분계선 침범 '제로'의 역설, 불모지 작업 끝내고 요새화 공정 박차
©연합뉴스

 

지난해 총 17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던 북한군이 올해 들어 단 한 차례의 월선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진행해 온 최전방 불모지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며 시야를 확보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단순 침범을 넘어 전술도로와 철책을 구축하는 '국경선 요새화'의 완성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행위가 올해 들어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원 고성과 화천, 철원, 경기 연천 등 국경선화 작업이 집중된 지역에서 총 17회 발생했던 MDL 침범은 현재까지 0건을 기록 중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수풀을 제거하는 불모지 작업을 끝내면서 지형 식별이 용이해진 점을 침범 급감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선포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따른 물리적 단절 조치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MDL 근접 지역에서 전술도로 구축과 지뢰 매설을 위한 기초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다. 작업 과정에서 경계선 표지판 유실과 우거진 수풀 탓에 의도치 않은 월선이 반복되었으나 현재는 공정의 성격이 변모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주요 지역의 불모지 작업을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기존 작업 구역에 대한 보수 공사와 더불어 전술도로 포장 및 철조망 설치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작업에 동원되는 인원은 일평균 3,000명에서 5,000명 수준으로 파악되며 이는 지난해 하반기와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침범이 사라진 배경에 대해 안보적 관점에서 신중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2월 지상작전사령부를 방문해 해빙기 이후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대비태세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월선 횟수의 감소가 긴장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물리적 장벽 구축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작업 방식 변화가 실질적인 남북 분리 조치의 고착화 단계라고 평가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불모지 작업을 통해 시야를 확보한 북한군이 이제는 영구적인 철책과 도로를 통해 국경을 요새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경계 강화를 넘어 남북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시각화하고 체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북한군의 MDL 침범 당시 우리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하며 엄중히 대응했다. 당시 포착된 북한군들은 대부분 곡괭이 등 작업 도구를 지참한 상태였으며 우리 군의 경고에 즉각 퇴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이러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표면적으로는 줄어들었으나, 북한의 요새화 작업은 더욱 체계적인 법치적 경계 획정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불모지화가 완료된 지역을 중심으로 철책 설치와 지뢰 매설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남측의 접근을 차단하고 북한 내부 인원의 탈북을 방지하려는 다목적 통제 기제로 활용될 전망이다. 시장 질서와 안보 비용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이러한 대규모 자원 투입은 내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침범 중단이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사격에 따른 심리적 위축 결과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복되는 경고사격과 단호한 퇴거 조치가 북한군 작업 병력에게 압박으로 작용해 MDL 근접 작업을 자제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다만 대규모 인력이 여전히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국경선화 의지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향후 북한은 전술도로 구축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전략적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합참은 러시아 파병 부대의 사상자 발생 동향과 연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국경 요새화가 완료될수록 접경 지역의 긴장 구조는 과거의 우발적 충돌 양상에서 벗어나 고도의 전략적 대치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MDL 일대 작업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안정적으로 군사 상황을 관리하고 있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이 완료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새로운 물리적 장벽에 대응하는 정교한 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사분계선#침범#'제로'의#역설#불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