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7년의 집념, 배양육·인공장기 시장 열린다… 정부 4132억 투입 ‘알키미스트’ 결실

이성경 기자
7년의 집념, 배양육·인공장기 시장 열린다… 정부 4132억 투입 ‘알키미스트’ 결실
©연합뉴스

 

인공배양육과 인공장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원천기술들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산업화 단계로 진입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총 4,132억 원을 투입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생산 기반 확보와 인체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바탕으로 규제 심사와 기술 이전을 지원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인공배양육과 인공장기, 뇌파 기반 소통·제어 등 미래 산업의 지형을 바꿀 핵심 원천기술들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진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알키미스트 혁신기술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그간의 성과를 점검했다. 정부가 지난 7년간 공을 들여온 고위험·고난도 R&D 과제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성공 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고난도 연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혁신도전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총 4,13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현재 총 16개 테마가 추진 중이다. 올해 배정된 사업비는 568억 원으로, 초기 테마들이 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사업화 준비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동물 세포를 배양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품을 만드는 인공배양육 생산 기술은 이미 대량생산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참여 기업들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파일럿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민간 투자를 유치해 실제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축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와 윤리적 논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향후 식품 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상된 장기 기능을 대체하는 인공장기 기술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진은 세계 최대 부피의 간 기능 모사 구조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토끼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까지 마쳤다. 이식 시 발생하는 거부 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인 이 기술은 장기 기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학적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인간의 뇌 신호로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뇌파 기반 소통·제어(Brain to X) 기술은 국내 최초로 인체 대상 실험을 완료했다. 이 기술은 향후 규제 심사와 사업화 절차를 거쳐 중증 마비나 언어 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 시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단순한 연구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재활과 의사소통을 돕는 상용화 단계에 다가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재의 특성을 설계하는 AI 기반 초임계 소재 기술은 기존 소재의 성능 한계를 돌파했다. AI가 소재의 조성과 공정 과정을 통합 설계함으로써 초고성능 소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이는 반도체와 에너지 등 첨단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 기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 성과가 실제 매출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과제별로 맞춤형 산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규제 심사 완화, 기술 이전 촉진, 수요 기업 연계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의 창의성이 시장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알키미스트의 도전 정신을 계승하는 후속 사업인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된다. 2023년부터 2035년까지 총 3,026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실증과 생산 공정 구축 등 사업화 전 주기를 지원한다. 올해는 40억 3,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신규 테마 발굴과 초기 시장 진입을 견인하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신규 테마에는 인공근육 전신구동 로봇과 PFAS 대체 소재 개발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첨단 산업 필수 소재인 과불화화합물을 대체하는 'PFAS-Free' 기술은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또한 AI가 공간 정보를 통합 제어하는 3D 공간지능 기술은 자율주행과 스마트 팩토리 분야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고위험 프로젝트인 만큼 실패 시의 매몰 비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견디지 못하는 기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므로 민간 자본과의 연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의 R&D가 자칫 시장 질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엄격한 성과 관리가 요구된다.

김성열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혁신도전형 R&D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고르는 사업이 아니라 성공했을 때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에 먼저 도전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성과를 면밀히 점검하고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도전적 연구가 실제 시장과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산업의 주도권은 결국 누가 먼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표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신규 테마 3개를 추가로 발굴하여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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