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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시설 기강 무너뜨린 항우연 '노사 담합'... 우주청, 징계 미이행에 엄중 경고

이성경 기자
국가보안시설 기강 무너뜨린 항우연 '노사 담합'... 우주청, 징계 미이행에 엄중 경고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 처분 요구를 1년 6개월 넘게 이행하지 않다가 상급 기관인 우주항공청으로부터 다시 시정 요구를 받았다. 이번 사안은 외부인 출입 관리 부실과 근로 시간 면제자의 부당 수령액 8,100만 원 환수 등 총 8명에 대한 징계가 노사 합의 지연을 이유로 표류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 전략 기술의 핵심인 항우연 내에서 정부의 감사 결과가 노사 단체협약에 가로막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상급 기관의 정당한 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 처분을 장기간 방치하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법치 질서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최근 발표한 항우연 종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항우연은 2024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감사에서 지적된 노조 관련 비위 사실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연구기관이 내부 노사 관계를 이유로 정부의 행정 명령을 거부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주청은 이번 감사에서 항우연이 상급 기관의 처분을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은 점을 엄중히 꾸짖으며 즉각적인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당시 과기정통부 감사에서 적발된 비위 사실은 국가 보안시설인 항우연의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사 당국은 외부인 출입 관리 부실과 근로 시간 면제자인 노조 간부들의 부적절한 휴가 사용 등을 근거로 중징계 4명을 포함해 총 8명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다. 특히 근로 시간 면제자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연구수당 8,100만 원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 조치를 내리며 엄정한 회계 질서 확립을 주문했다. 하지만 항우연 경영진은 노조의 반발과 내부 규정을 핑계로 이러한 정부의 서슬 퍼런 처분 요구를 1년 반이 넘도록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항우연 노조는 정부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이를 '노조 탄압'과 '표적 감사'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노조 측은 상급 단체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간부에게 출입증을 발급한 행위가 경영실의 협조 아래 이루어진 것이며, 보안담당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근로 시간 면제자의 연구수당 수령 역시 임금 성격의 정당한 권리라고 강변하며 환수 조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노조의 집단적 저항은 공공기관의 내부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를 정면으로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징계 처분이 이토록 오랜 기간 표류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2020년 체결된 노사 단체협약의 독소 조항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단체협약에는 노조 간부를 징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떠한 징계도 불가능한 구조였다. 항우연 측은 노조와의 견해차로 인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이 과정에서 징계 시효가 도과할 위기에 처하자 의결 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노조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징계 시한이 지났다는 논리를 앞세워 이후의 모든 협상에 응하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종합감사를 통해 항우연의 이러한 행태가 공공기관의 행정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항우연이 상급 기관의 감사 처분을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은 사실 자체를 문제 삼으며, 처분 요구사항을 적정하게 이행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노사 간의 사적인 약속인 단체협약이 국가의 법적 감사 권한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이 비위 행위자의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항우연 경영진은 우주청의 이번 지적에 대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관 측은 중징계 미이행 부분이 노사 합의라는 절차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을 시인하며, 향후 구체적인 조치 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부당 이득으로 판명된 연구수당 8,100만 원에 대해서는 납부고지서를 재발부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환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이는 더 이상 노조의 눈치만 보며 정부 처분을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과도한 경영 개입과 이를 통제하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이 결합된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한 행정법 전문가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에서 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조차 노사 합의 사항으로 묶어둔 것 자체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상급 기관의 감사 효력을 무력화하는 단체협약 조항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영진은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노조의 예고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항우연은 우주항공청의 요구에 따라 징계 대상자들에 대한 처분과 수당 환수를 위한 법적 공방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2년 전과 동일하게 징계 강행 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간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연구기관의 내부 갈등을 넘어, 공공기관 내 노사 관계가 국가의 감사 시스템과 충돌할 때 어떤 원칙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잘못된 노사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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