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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헌정사상 첫 총통 탄핵안 표결 실시와 라이칭더 정권의 입법 교착 위기

이겨례 기자
대만 헌정사상 첫 총통 탄핵안 표결 실시와 라이칭더 정권의 입법 교착 위기
©연합뉴스

 

대만 입법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라이칭더 총통에 대한 탄핵안 기명 투표를 실시하며 정국이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야권은 행정원의 법안 서명 거부를 탄핵 사유로 내세웠으나 가결을 위한 의석수 확보가 불투명해 실제 탄핵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심화된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 투쟁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대만 입법원이 라이칭더 총통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 헌정사상 유례없는 총통 탄핵 소추안 표결에 돌입한다. 이번 표결은 대만 정치사에서 총통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첫 번째 탄핵 시도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합보와 경제일보 등 현지 매체는 입법원이 기명 투표 방식을 통해 라이 총통의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탄핵안의 핵심 쟁점은 줘룽타이 행정원장이 입법원을 통과한 재정수지구분법에 대해 서명을 거부한 행위의 위헌성 여부다. 국민당과 민중당 등 야권은 행정수반의 이러한 결정이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헌법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력히 규정했다. 야권은 이번 탄핵 절차를 통해 라이 총통의 국정 운영 실정과 독단적인 행정 집행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현행 대만 법 체계상 총통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입법원 전체 의원 113명 중 3분의 2인 76명 이상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대만 국회는 국민당 52석, 민중당 8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된 야권이 총 62석을 점유하고 있는 여소야대 형국이다. 집권 민진당이 51석을 확보하고 있어 야권이 전원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가결 정족수인 76석에는 14석이 부족한 실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탄핵안 표결이 라이 총통의 취임 2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 맞춰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야권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가결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으면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이 마비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정수지구분법과 같은 민생 및 예산 관련 법안이 정치적 정쟁의 도구가 되면서 대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야권은 라이 총통이 의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면 집권 민진당은 이번 탄핵 추진이 법적 근거가 부족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진당 지도부는 야권이 국정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헌법적 절차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전원 반대 투표를 예고했다. 이는 탄핵 소추의 정당성보다는 진영 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대만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라이칭더 정부의 국정 동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이 결집하여 총통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 행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대만의 대외 신인도와 투자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만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넘어 양안 관계와 국제 사회의 대만 인식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 총통 취임 이후 지속된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은 향후 안보 정책이나 핵심 산업 지원책 추진에 있어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이번 표결 결과는 향후 대만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결국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 2주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자신의 리더십을 시험받는 가혹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탄핵안 부결 이후에도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행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대만 국민들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이번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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