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가짜 할인'에 속은 소비자... 쿠팡·네이버 등 주요 쇼핑몰 정가 부풀리기 무더기 적발

이성경 기자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이 할인 행사 직전 정가를 대폭 인상해 할인율을 눈속임해온 사실이 정부 당국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설 선물 세트 10개 중 1개 이상이 정가를 올려 할인 효과를 과장했으며 일부 품목은 가격을 3배 이상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이 할인 혜택을 부풀리기 위해 상품의 정상 가격을 임의로 상향 조정하는 부당 행위를 지속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4개 대형 플랫폼에 입점한 1,335개 상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격 할인 광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의 할인 행사가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행됐다.

정부 당국이 지난 설 명절 기간 판매된 인기 선물 세트 800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12.8%에 달하는 102개 상품이 행사 전보다 정가를 높여 할인율을 과장했다. 특히 조사 대상의 2.0%인 16개 상품은 정가를 행사 전보다 2배 이상 부풀렸으며 일부 상품은 최대 3배 이상 가격을 올린 사례도 포착됐다.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할인 폭을 인위적으로 확대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기만적 마케팅 수법으로 풀이된다.

쇼핑몰별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쿠팡이 조사 대상 상품 중 23.0%에서 정가 인상이 확인되어 가장 높은 위반율을 기록했다. 이어 네이버가 13.0%, G마켓이 9.0%, 11번가가 6.0% 순으로 나타나 플랫폼 전반에 걸쳐 가격 왜곡 현상이 만연해 있음이 입증됐다. 쿠팡의 경우 200개 조사 상품 중 46개에서 부당 표시 광고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제주 천혜향 설 선물 세트의 가격 변동 추이가 대표적인 부정 행태로 꼽혔다. 해당 상품은 행사 전 정가가 3만 원이었으나 할인 행사 기간에 정가를 11만 4,000원으로 4배 가까이 상향 조정한 뒤 1만 7,900원에 판매했다. 이를 통해 업체는 종전 35%였던 할인율을 84%로 대폭 부풀려 광고하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했다.

소비자를 긴박하게 만드는 시간제한 프로모션 역시 상당수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진행된 535개 시간제한 할인 상품 중 20.2%인 108개는 행사가 종료된 후에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이는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심리를 악용해 소비자의 조급증을 유발하는 다크 패턴(눈속임 설계)의 일종으로 분석된다.

시간제한 할인 종료 후 가격이 같거나 하락한 비율은 네이버가 37.0%로 가장 높았으며 11번가가 35.4%로 그 뒤를 이었다. G마켓은 14.3%, 쿠팡은 2.2%의 비율을 보여 플랫폼마다 프로모션 관리 체계의 허점이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만 저렴하다는 광고에 노출되어 실제로는 상시 가격과 다를 바 없는 물건을 급하게 구매하게 되는 피해를 입었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할인 광고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의 불신을 반영하고 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상담은 2022년 144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늘어났으며 최근 4년간 누적 상담 건수는 총 606건에 달한다. 이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음을 시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할인율을 부풀리기 위해 정가를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는 시장의 가격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반 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 상세 페이지에 종전 거래가격 등 구체적인 근거를 추가하도록 권고하여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통 플랫폼이 입점 업체의 가격 책정 과정을 보다 엄격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가격 결정권은 판매자에게 있으나 이를 허위로 기재하여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것은 공정 거래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의 해석이다. 가격의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정보의 왜곡을 통한 부당 이득 취득은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이커머스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 중개자를 넘어 자사 플랫폼 내에서 벌어지는 기만행위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할인 행사 시 입점 업체들이 플랫폼의 수수료 부담이나 물류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정가를 조정한다는 항변도 나온다.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수익성을 보존하려는 업체들의 개별적 대응이 집단적인 가격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소비자에게 허위 정보를 전달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및 4개 주요 쇼핑몰과 간담회를 열고 자율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온라인 쇼핑몰 4개 사는 가격 표시 방식 개선 권고를 수용하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며 시정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만적 광고 행위가 반복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들은 할인율이라는 수치에 현혹되기보다 실제 판매 가격의 추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부는 가격 비교 사이트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소비자가 과거 가격 이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투명한 가격 정보 공개가 정착될 때 비로소 온라인 쇼핑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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