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1년 만에 2.5배 이상 급증하며 12.5%를 기록했다. 신체폭력 비중은 2019년 이후 최고치인 17.9%까지 치솟았으며, 폭력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교육 현장의 자정 능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은 초·중·고교생 8,4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 같은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흉포화 실태를 공개했다.
전국 초등학생 8명 중 1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 현장의 보호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이 발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12.5%에 달했다. 이는 2023년 기록된 4.9%와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로, 중학생(3.4%)과 고등학생(1.6%)의 피해 비율을 크게 상회한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객관적 지표로 풀이된다.
학교폭력의 양상은 언어폭력을 중심으로 신체적 위협과 사이버 괴롭힘이 결합한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가 신고한 피해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23.8%를 기록한 언어폭력이었으며, 신체폭력(17.9%)과 사이버폭력(14.5%)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신체폭력은 전년도 10.6%에서 대폭 상승하며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해 물리적 위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실질적인 신체적 가해가 초등학교 교실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이버폭력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을 매개로 학생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버폭력 피해의 39.9%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발생했으며, 피해 학생의 95.7%는 온오프라인 중복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가상 세계의 갈등이 현실의 학교 생활로 직접 이어지거나, 반대로 교내 갈등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초등학생들의 세대적 특성이 폭력의 경로를 다각화하고 피해를 상시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폭력의 수위는 높아졌으나 이를 목격한 주변 학생들의 대응은 오히려 소극적으로 변하며 방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54.6%로 집계되어 2021년의 21.5%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학생들이 폭력 상황에 개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폭력 자체를 일상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공동체 의식의 약화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요한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 당국과 학교의 대응 시스템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33%에 달해 2021년의 10.9%와 비교해 3배가량 늘었다. 신고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분이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이 극심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법치와 규율이 작동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공적 구제 절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 학생들은 법적 처벌이나 경제적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를 가장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조사 결과 피해자의 70.8%가 가장 바라는 해결책으로 '가해 학생의 사과'를 꼽아 회복적 정의에 대한 요구가 높음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히 징계 위주의 처벌 중심 행정만으로는 피해자의 심리적 상처를 온전히 치유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해자의 잘못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를 유도할 수 있는 갈등 조정 프로그램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 급증이 실제 폭력의 절대적 증가인지, 혹은 폭력에 대한 민감도 상승에 따른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저연령 학생들의 경우 신체적 접촉이 잦은 놀이와 폭력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주관적인 피해 의식을 호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다툼까지 모두 학교폭력의 범주에 포함해 행정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사안의 경중을 가리는 정교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복합화 경향에 맞춰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초등학생은 몸 놀이와 폭력의 경계를 모호하게 느낄 수 있으며 같이 놀 때는 괜찮다가도 시간이 흐른 뒤 피해로 인식해 신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익 상임대표는 "학교폭력 정책은 학생 안전과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아이들 삶의 기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푸른나무재단은 다가오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근절 공약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폭력 대응 행정의 효율화, 피해자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인프라 확충, 지역사회 갈등 확산 방지 교육 실시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교육감 및 지자체장 후보들이 학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방안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핵심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단발적인 단속이나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과제이며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신체적 폭력과 사이버 괴롭힘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 학생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 체계를 강화하고 가해 학생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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