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30대 취업 진입 늦어지며 일자리 역대 최대 증가... 고령층 주도 속 제조·건설업 부진은 심화

윤근일 기자
30대 취업 진입 늦어지며 일자리 역대 최대 증가... 고령층 주도 속 제조·건설업 부진은 심화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22만 1천 개 늘어나며 5분기 만에 20만 개대 증가 폭을 회복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일자리 진입 시기가 늦춰진 30대 일자리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고용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20대와 40대 일자리는 장기 감소세를 이어가며 고용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가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활동 확대의 영향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100만 개 선을 돌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2,112만 3천 개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보다 22만 1천 개 증가한 수치다.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 1만 개대까지 급락한 이후 2·3분기 10만 개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에 이르러 비로소 20만 개 선을 탈환했다. 이러한 회복세는 2024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에 나타난 현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자리의 질적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 근로자가 자리를 지킨 지속 일자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동일한 근로자가 점유한 지속 일자리는 1,549만 4천 개로 전체의 73.4%를 차지하며 고용 시장의 근간을 형성했다. 퇴직이나 이직으로 인해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327만 2천 개로 전체의 15.5% 수준이었다. 기업체의 생성이나 사업 확장으로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235만 6천 개였으나, 동시에 기업체 소멸이나 사업 축소로 인해 213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순증 규모를 결정했다.

연령별 데이터에서는 30대 일자리의 기록적인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분석되었다. 30대 일자리는 전년 대비 9만 9천 개 늘어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과거 20대에 집중되었던 일자리 진입 시점이 학업 연장과 취업 준비 기간 장기화로 인해 30대로 옮겨가는 사회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30대 여성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당 연령대의 고용 지표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24만 6천 개의 일자리를 늘리며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 기여도를 유지했다. 정부 주도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와 돌봄 서비스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고령층의 노동 시장 참여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50대 일자리 역시 2만 4천 개 증가하며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가 고용 통계 전반에 깊숙이 투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현상은 민간 자생적 일자리보다는 인구 구조와 정책적 요인에 의한 변화가 크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고용의 허리라 할 수 있는 20대 이하와 40대 일자리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 1천 개 줄어들며 13분기 연속 감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갔다. 40대 일자리 또한 3만 7천 개 감소하며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핵심 생산 연령층의 고용 위축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이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효과와 더불어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특정 산업군의 고용 흡수력이 약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분야가 12만 6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체 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서비스 수요 급증과 공공 보건 분야의 확장이 일자리 증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에서도 각각 4만 개와 1만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내수 시장의 변화가 일자리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연속 3만 개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해당 분야는 3만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고용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은 건설업 관련 금속제품과 섬유제품, 일반 기계장비 부문의 수출 부진이 겹치며 1만 4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 일자리는 4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생산 엔진이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건설업 분야의 고용 한파는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산업 전반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4분기 건설업 일자리는 8만 8천 개 감소했으나, 다행히 지난 3개 분기 동안 이어졌던 두 자릿수 감소세에서는 간신히 벗어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환경 악화가 건설 현장의 고용 동력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감소 폭이 소폭 줄어들었다는 점은 바닥권 형성에 대한 미약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일자리 진입 시점이 20대에서 30대로 옮겨가는 경향과 30대 인구 증가세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특히 30대 여성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인지에 대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전체 일자리 수의 증가가 질적인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증가한 일자리의 상당수가 고령층 대상의 단기 일자리나 보건 복지 분야에 편중되어 있어, 민간 부문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대조를 이룬다는 지적이다. 특히 20대와 40대의 지속적인 일자리 감소는 향후 소비 절벽과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계적 수치 증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고용 시장은 서비스업의 견고한 수요와 제조업 및 건설업의 회복 여부에 따라 그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30대의 고용 시장 진입 지연 현상이 고착화됨에 따라 청년층 고용 대책의 타깃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R&D 예산 투입과 관광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고용 창출을 유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용 지표의 양적 회복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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