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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입양 동포 1만 명의 뿌리 찾기, AKF 창립 40주년 맞아 미래 세대 가교 역할 강화한다

이겨례 기자
스웨덴 입양 동포 1만 명의 뿌리 찾기, AKF 창립 40주년 맞아 미래 세대 가교 역할 강화한다
©연합뉴스

 

유럽 내 최장수 입양 동포 단체인 스웨덴한인입양인연합회(AKF)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스웨덴 내 1만여 명의 입양 동포와 그 후손들을 위한 정체성 회복 사업을 본격화한다. 손영선 AKF 회장은 1세대 입양인을 넘어 자녀와 손주 세대까지 한국의 문화를 잇는 견고한 다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입양 동포 사회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 형성과 모국과의 실질적 연결망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내 한인 입양 동포 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스웨덴한인입양인연합회(AKF)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다. 1986년 설립된 이 조직은 현재 스웨덴 내 약 1만 명으로 추산되는 입양 동포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부터 단체를 이끄는 손영선 회장은 입양 동포들이 한국의 뿌리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손 회장은 오는 9월 19일 스톡홀름에서 추석 행사와 연계한 대규모 창립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해외 입양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입양 동포들의 정체성 문제를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6.25 전쟁 이후 지속된 한국의 해외 입양사를 돌아보는 강연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어 역사의식을 고취할 예정이다.

동포 2세 신한섭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달'의 상영회는 이번 기념행사의 핵심적인 순서로 꼽힌다. 25분 분량의 이 작품은 입양인 아들이 양어머니와 함께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특히 입양 당사자가 아닌 양어머니의 시선으로 서사를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정서적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상영 이후에는 신 감독을 초청하여 관객과의 대화 및 강연을 진행함으로써 입양 가족의 다각적인 갈등과 화해를 논의한다. 행사 기간 중에는 한복 체험과 한국 전통 공예 행사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이 한국 문화를 직접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노리개 만들기 등 구체적인 실습을 통해 한국적 미학을 일상에서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8일 개최된 입양인 글쓰기 전시회 역시 4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연계되어 진행된다. 입양인들이 직접 집필한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하여 선보임으로써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행사까지 이어져 유럽 전역의 동포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의 확대를 위한 외교적 협조 과정에서는 일부 한계가 노출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스톡홀름 주재 한국 대사관에 행정적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민간 단체의 자발적인 정체성 회복 노력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맞물리지 못할 경우 행사의 파급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손 회장은 재외동포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더욱 실질적인 모국 방문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에 오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로 오지 못하는 입양인이 많다"며 "화려한 행사보다 더 많은 입양인을 지역 소도시에 초청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한국 음식을 먹고 일상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 본인의 삶 또한 한국과 스웨덴 사이의 치열한 정체성 정립 과정이었다. 1977년 네 살의 나이에 세 살 된 남동생과 함께 스웨덴으로 입양된 그는 대구의 한 파출소에서 발견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꾸준히 가족 찾기를 시도해왔으나 아직까지 친가족과의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은 1991년 첫 한국 방문 당시 기내 방송에서 한국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의 냄새를 맡는 단순한 경험이 입양인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정체성의 확인 작업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그가 AKF 활동에 헌신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현재 AKF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300여 명의 회원과 활발히 소통하며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병행한다. 월 1회 진행되는 독서 토론회와 한국 요리 강좌는 회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특히 스톡홀름 최초의 한국 식당인 '아리랑' 창업주 후손이 진행하는 김치 만들기 수업은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손 회장은 K-팝과 K-드라마의 전 지구적 확산이 입양 동포들의 한국어 학습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한국어는 단순한 모국어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실질적인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판단이다.

손 회장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 그리고 손주 세대를 위해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입양 동포들이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AKF를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안전한 공간이자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정서적 안식처로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목표다.

재외동포청은 차세대 동포 모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정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손 회장은 홍보 체계의 강화를 통해 더 많은 입양 동포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정보 전문가로서 사회적 시스템의 효율성을 연구하는 그의 경력은 AKF의 조직적 운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AKF는 스웨덴 내 입양 동포 사회의 권익을 대변하고 한국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4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입양 2세와 3세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모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동포 사회의 자생력 또한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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