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24건 중 21건이 해외 유입 유형으로 확인되면서 국가 방역망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감염 돼지의 혈액이 섞인 사료 원료와 불법 축산물을 주된 확산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국의 도축장 검사와 공항 검역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초 전국을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주된 확산 원인이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와 오염된 사료 원료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두 달간 발생한 24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존 국내 유형은 3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21건은 모두 해외 발생 유형이었다고 발표했다. 발생 지역 또한 경기와 강원을 넘어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전국 7개 시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한 상태다.
유전자 분석 결과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적 확산을 넘어 해외 오염원의 유입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의 농장에서 확진 전 출하된 돼지의 혈액이 사료 원료인 돼지 혈장단백질로 가공되면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축산물 유통 과정에서의 미세한 틈새가 국가 방역망 전체를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정밀 실험 결과는 사료 원료의 위험성을 수치로 증명하며 방역의 시급성을 더했다. 냉장 보관된 혈장단백질 시료를 접종한 돼지 3마리가 불과 일주일 남짓 만에 모두 폐사하며 고병원성 감염력이 확인된 것이다. 비록 해당 원료가 포함된 완제품 배합사료를 먹은 돼지들에게선 즉각적인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원료 단계에서의 오염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유입 경로는 사료 원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각도로 확인되어 철저한 입체적 방역이 요구된다. 검역 당국이 미신고 불법 축산물 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ASF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며, 이는 외부 오염원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상존함을 의미한다. 경기 포천과 연천 등 접경 지역 농장 3곳의 경우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어 산간 지역 방역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현재 방역 당국은 추가 발생이 억제됨에 따라 이동 제한을 해제하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이후 신규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자 지난달 22일을 기해 전국 방역 지역의 이동 제한 조치는 공식 해제된 상태다. 다만 발생 위험이 여전히 높은 전국 32개 시군은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유지하며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정부는 해외 오염원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항 수하물 검역과 탐지견 투입을 대폭 확대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할 때 자동 문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전 방역 교육을 강화하여 인적 요인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국 36개 도축장의 혈액 탱크를 대상으로 매일 시료를 채취하는 상시 검사 체계는 사료 원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치로 꼽힌다.
야생 멧돼지에 의한 확산을 막기 위한 과학적 감시 체계도 한층 정교화되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접경 지역에는 전문 수색반이 투입되어 폐사체 수색을 강화하고 있으며, 경북 등 신규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GPS 기반의 포획 트랩 150개가 추가로 배치되었다. 이는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선제적인 차단벽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사료 원료의 감염력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험실 환경에서의 직접 접종과 달리 실제 가공 공정을 거친 배합사료에서는 바이러스의 활성도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축산 현장의 사소한 부주의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관용 원칙의 방역을 고수하고 있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외국인 근로자 입국 단계부터 도축장, 야생 멧돼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선제적 방역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며 "농가에서도 외부인과 차량의 출입 통제는 물론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관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변종 바이러스의 공습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진단이다.
향후 축산 업계는 고병원성 해외 변이의 상시적 유입 가능성에 대비한 장기적인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료 원료의 공급망을 전수 조사하고 도축 부산물의 재활용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가 역시 의심 증상 발견 시 즉각적인 신고 체계를 유지하는 등 자율 방역의 책임을 다해야만 축산업의 근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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