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일 정상, 에너지 안보 동맹 전격 합의... 100억 달러 규모 ‘파워 아시아’ 구상 가동

김영 기자
한일 정상, 에너지 안보 동맹 전격 합의... 100억 달러 규모 ‘파워 아시아’ 구상 가동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원유와 석유 제품을 상호 교환하는 에너지 스와프를 추진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차세대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사업에 공조한다. 다만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안보 체계를 공동 구축하기로 선언했다. 양국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와 석유 제품의 상호 교환을 허용하는 스와프 거래를 추진하며 실무 협의에 착수한다. 이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받는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향후 개최될 산업 및 상무 정책 대화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며, 양국은 에너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파워 아시아' 구상은 아시아 역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지원금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세계 각지에서 원유를 조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정책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기타무라 도시히로 일본 외무보도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의 핵심 중 하나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양국 협력이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의 기술 협력도 강화한다. 양국은 비축 역량 강화를 위한 구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바이오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신기술 분야에서도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러한 기술 동맹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차세대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한 기술 지원은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주권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보 분야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 및 한미일 3자 협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지역 내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기타무라 보도관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지만, 양 정상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할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 체계 역시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일본 정부는 매년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에 관련 결의안을 제출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며 향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간 소통 창구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인권 문제 해결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양국 협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시장 개방과 통상 확대를 기대했던 경제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CPTPP 가입 논의가 빠진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포괄적 경제 협력의 핵심인 거대 자유무역협정(FTA) 참여 문제가 다뤄되지 않으면서 이번 회담이 에너지 안보라는 특정 분야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통상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질서의 확립과 시장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향후 회담에서는 보다 과감한 시장 개방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실익을 위한 실질적인 통상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및 상무 정책 대화를 조속히 개최하여 에너지 스와프의 세부 이행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에너지 수급 안정화는 국내 산업계의 생산 원가 절감과 국가 에너지 주권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의 복원 기조 속에서 추진되는 이번 에너지 동맹이 실질적인 공급망 안정화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상시적인 협력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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