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복제약 가격 산정 기준을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대폭 낮추며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 대신 연구개발(R&D) 역량이 뛰어나거나 소아용 의약품 및 항생제 등 필수 약제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에는 약가 우대와 가산 기간 연장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번 개편안은 약값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절감된 재원을 필수의료 서비스에 재투입하여 제약 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본격 시행하기 위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복제약의 가격 기준을 대폭 손질하여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정부는 오는 7월 13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1일부터 개정된 제도를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복제약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산정률을 기존 오리지널 약가 대비 53.55%에서 45%로 하향 조정하는 조치는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는 신규로 진입하는 복제약이 받을 수 있는 몸값의 상한선 자체가 낮아짐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한다. 정부는 약값 인하로 확보한 재원을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의료서비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순히 가격을 깎는 정책에서 벗어나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과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혜택을 주는 보상 체계를 마련했다.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준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신설하여 상당한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기업을 우대한다.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인 R&D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만든 약제는 가격 우대 대상에 포함된다.
수익성 악화로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한 필수 약제를 꾸준히 공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수급 안정 선도기업이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외면받기 쉬운 약물들을 안정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는 제약사가 단순히 이윤 추구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 보건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여 아이들이 사용하는 소아용 의약품과 감염병 대응에 필수적인 항생제 주사제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제약사가 소아용 약제나 항생제를 직접 생산하고 정부가 정한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약값을 더 높게 책정해 주는 가산 혜택을 부여한다. 외국산 원료에 의존하는 고질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국내 제조소에서 직접 원료를 합성해 만든 의약품도 우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생산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것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비상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적 자산 확보와 같다. 정부는 이러한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들에 대해 약값 가산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대폭 연장하여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주기로 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우대 조치가 장기화됨에 따라 필수 약품 생산과 신약 개발 투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약가를 인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약 산업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 필수의약품 공급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역시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약가 인하 제도와 관련하여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는 규제와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 소비자 단체와 환자들은 이번 약가 인하 폭과 가산 예외 규정이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내기에 미흡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약값 인하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더 폭넓게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 보호를 위한 예외 조항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복제약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영세 업체들이 급격한 약가 인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향후 제약 시장은 복제약 중심의 단순 경쟁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역량과 필수 의약품 공급 능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8월 시행 전까지 업계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제도 연착륙을 위한 세부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와 제약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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