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금융당국 '민원 폭증' 금융권에 자율 감축 요구... 사후 대응서 선제 관리로 대전환

윤근일 기자
금융당국 '민원 폭증' 금융권에 자율 감축 요구... 사후 대응서 선제 관리로 대전환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은행·보험·증권 등 전 금융권에 민원 발생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감축 계획 제출을 요구하며 소비자 보호 체계의 전면적인 재정비에 착수했다. 2023년 대비 2025년 금융 민원이 36.9% 급증함에 따라, 사후 수습에 치중했던 기존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사가 직접 책임을 지는 자율 관리 체계를 확립하려는 포석이다. 이번 조치는 민원 발생의 근본 원인을 금융사가 스스로 진단하고 반기 단위의 목표치를 설정하게 함으로써 시장 질서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민원 및 분쟁 발생 현황을 파악하고 자체적인 감축 계획을 이번 주까지 제출하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사로부터 민원 관련 현황과 구체적인 대응 로드맵을 취합하는 첫 사례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 기조가 규제 중심에서 금융사의 자율적 책임 강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각 금융사는 조직별 인력 구성부터 콜센터 운영 현황, 담당자 1인당 민원 처리 건수 등 세부적인 지표를 점검하여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이번 지침에 따라 민원 발생의 원인을 추세적, 계절적, 일시적 요인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대응 방안을 수립 중이다.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반기 단위의 민원·분쟁 감축 계획과 분기별 및 연간 목표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이는 금융사가 민원 관리를 경영의 핵심 지표로 삼아 내부 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압박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 민원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소비자 권익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23년 9만 3,842건이었던 금융 민원은 2025년 12만 8,419건으로 2년 사이 36.9%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투자권역과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업권의 소비자 보호 역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당국은 민원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민원 상담 창구를 운영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실시한 '경영진 민원상담 DAY' 등을 통해 수렴된 소비자 의견은 향후 제도 개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제출받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금융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당국의 이번 요구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대의에는 부합하나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민원 건수를 공시해 왔으나 금융사가 직접 원인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관리 계획까지 제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와 민원 관리에 투입되는 자원과 신경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방위적인 민원 감축 요구가 자칫 금융사의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이어져 본연의 금융 서비스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급격한 감축 압박이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보다는 단순한 수치 맞추기식 대응이나 민원 접수 자체를 회피하는 부작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의 활력을 꺾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치를 통해 발굴된 모범 사례를 업계 전반에 전파하여 상향 평준화된 소비자 보호 표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금융사가 스스로 민원 발생의 원인을 살피고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은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시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고질적인 민원 유발 요인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금융권의 민원 관리 체계는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분석과 경영진의 직접적인 책임 아래 운영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자율적 관리 역량은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금융 산업의 효율성 사이에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 향후 금융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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