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혈맹의 유산에서 경제의 주역으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후손 왁지라의 '14년 한국 분투기'

김영 기자
혈맹의 유산에서 경제의 주역으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후손 왁지라의 '14년 한국 분투기'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의 후손 왁지라 겜추 구타(37)가 한국 입국 14년 만에 중소기업 팀장급 직원이자 지역 사회 리더로 거듭나며 다문화 사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다. 그는 2012년 정부 장학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후손 60명 중 한 명으로, 현재 국내 공장자동화 전문기업에서 10년 근속을 인정받는 등 성실한 경제 주체로서의 입지를 굳히다.

에티오피아 출신 왁지라 겜추 구타는 한국전쟁 당시 혈맹으로 맺어진 양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한국 정부의 보은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입국한 참전용사 후손 60명 중 한 명으로, 현재까지 한국에 남은 40여 명의 동료 중 가장 모범적인 정착 사례로 꼽히다. 왁지라는 군산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전공을 살려 공장자동화 부품 전문 기업인 성일기공에 취업하여 현재 팀장급 직원으로 재직 중이다.

성실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직장 생활은 한국 사회의 노동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는 5년 단위로 수여되는 근속 축하 황금열쇠를 두 차례나 받으며 기업 내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다. 왁지라는 "한국은 아버지를 통해 우리 가족이 깊은 역사적 인연을 맺은 나라이며, 지난 14년간 쌓아온 삶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권위 있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히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1,185명 규모로 파병된 첫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원으로서 1953년 4월까지 복무한 전쟁 영웅이다. 부친은 전투 중 부상한 동료를 구출한 공로로 훈장과 표창을 받았으며, 2010년 작고하기 전까지 한국의 발전을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하다. 왁지라는 이러한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단순한 체류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각도의 활동을 전개하다.

왁지라의 활동 반경은 산업 현장을 넘어 문화와 지역 공동체로까지 확장되다. 그는 2013년 출범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커뮤니티의 리더로서 현충일 행사 참여와 헌혈 캠페인을 주도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비롯한 각종 영화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한국 대중문화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인다역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한국 정착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며, 2022년 이태원 참사는 그에게 깊은 심리적 내상을 남기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던 그는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쓰러진 시민들을 구조하며 "제발 일어나라"고 외치던 절박한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다. 외국인 거주자로서 재난 현장에서 보여준 그의 헌신은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의 급증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왁지라와 같은 참전용사 후손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단순한 노동력 유입을 넘어 역사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사회 통합의 긍정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힘을 얻다. 기계적 수용보다는 이들이 가진 서사와 전문성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향후 다문화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다.

현재 영주권 신분인 왁지라는 단순한 직장인을 넘어 한국과 에티오피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업가를 꿈꾸다. 그는 에티오피아 스타일의 카페나 주스 판매점을 첫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며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전히 성실하게 직무에 임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경제적 성공을 넘어 세상에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인물로 기억되는 것이다.

정부는 왁지라와 같은 참전용사 후손들이 한국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하다. 이들은 과거의 희생으로 맺어진 인연을 미래의 경제적 협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왁지라의 14년은 한국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기록되어야 할 성공적인 통합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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