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이 오는 27일 증시에 무더기로 상장한다. 자산운용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대규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유례없는 마케팅 혈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자산운용업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면전에 돌입한다. 이번에 상장되는 상품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2종을 포함해 총 16개에 달하며, 반도체 대장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상품 간 변별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와 경품 이벤트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양상이다.
국내 ETF 시장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상장 하루 전인 26일 오전 서울 시내 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기선 제압에 나선다. 삼성자산운용이 특정 ETF 출시를 위해 별도의 간담회를 여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이번 상품에 거는 기대와 긴장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간담회를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체적인 활용법과 타사 상품 대비 운용상의 차별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의 공세에 맞서 같은 날 오후 센터원 빌딩에서 맞불 간담회를 열고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공개한다. 미래에셋은 연 0.0901%라는 업계 최저 수준의 보수를 책정했는데, 이는 삼성자산운용이 제시한 연 0.29%와 비교해 약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장기 투자자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일 업계 최초로 반도체 산업 전망과 상품 유의사항을 담은 가이드북을 발간했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한 라이브 세미나도 예고한 상태다. 가이드북을 다운로드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유입을 유도하는 이벤트도 병행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역시 매수 인증 이벤트와 증권사 협업 프로모션을 통해 점유율 전쟁에 가세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사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증정하는 인증 이벤트를 준비 중이며, KB자산운용은 3개 증권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두 운용사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를 각각 1개씩 출시하며 대형사들 사이에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중소형 운용사들도 각기 다른 상품 라인업을 구성하며 틈새시장 공략과 정면 승부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은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며, 신한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에 특화된 레버리지와 선물인버스 ETF를 선보인다. 한화자산운용은 삼성전자에 집중하여 레버리지와 선물인버스 상품을 각각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운용사들의 과열 경쟁이 자칫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44.38포인트(3.25%) 급락한 7,271.66에 마감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2배의 손실을 보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하락장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투자자 보호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운용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행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금융회사의 과도한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핀플루언서 등을 동원한 자본시장 교란 행위나 투자 위험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과장 광고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당국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교차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ETF 경쟁을 과열시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초기 거래량과 설정액이 향후 상품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일부 운용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일반적인 지수형 상품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지수보다 크기 때문에 예측이 빗나갈 경우 원금 손실 속도가 매우 빠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버스 상품의 경우 주가가 오를 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헤지 목적이 아닌 단순 투기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향후 자산운용업계의 순위 다툼은 수수료 인하 경쟁을 넘어 운용의 안정성과 유동성 공급 능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상장 초기에는 이벤트나 수수료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결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운용사들의 마케팅 전략도 점차 내실 위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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