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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한국에 ‘원유 우선 공급’ 파격 제안... 중동발 에너지 위기 돌파구 열리나

이성경 기자
앙골라, 한국에 ‘원유 우선 공급’ 파격 제안... 중동발 에너지 위기 돌파구 열리나
©연합뉴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2위 산유국 앙골라가 한국에 원유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하다. 앙골라는 중국과의 장기 계약 물량을 제외한 현물 시장 판매분을 한국에 최우선 배정하여 국내 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2월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원유 도입 비용 상승과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한국 산업계에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되다.

앙골라가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유 조달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현물 시장 내 물량 우선권을 부여하는 전략적 협력을 제안하다. 시앙가 키부일라 사무엘 아빌리우 주한 앙골라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원유 공급난 완화를 위해 추가적인 단기 계약과 현물 판매 비중을 조정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다. 앙골라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그간 중국에 집중되었던 자원 수출 노선을 한국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다.

아빌리우 대사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Sonangol)에서 부회장까지 지낸 27년 경력의 석유 전문가로서 이번 공급 제안의 실무적 신뢰도를 직접 보증하다. 현재 앙골라는 중국으로부터 받은 대규모 금융 지원의 상환 명목으로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장기 공급하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시장 유통 물량에 대해서는 한국에 우선권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앙골라 정부는 이미 한국 외교부와 원유 공급 문제를 협의했으며, 소난골과 협력할 국내 기업의 주선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다.

다만 앙골라의 원유 공급은 중동 의존도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전략적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되다. 아빌리우 대사는 "확정된 생산량과 물류 체계의 제약으로 인해 앙골라 원유가 중동산을 대규모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현물 시장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는다면 향후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다. 이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특정 지역에 편중된 도입선을 분산하고 수입 단가를 안정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1,300km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인 '로비토 회랑'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하다. 이 사업은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를 철도로 연결하여 중앙아프리카의 핵심 광물을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물류 혁명의 핵심 축이다. 한국은 철도 전철화 시스템, 항만 확장, 디지털 인프라 등 설계·조달·시공(EPC)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앙골라 측이 가장 선호하는 협력 대상자로 꼽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구리 등 앙골라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한국 산업계의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앙골라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글로벌 광물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롱곤조 지역 희토류 개발 등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앙골라와 장기 광물 공급 계약이나 정제 파트너십을 체결할 경우, 자원 무기화 흐름 속에서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를 확보하게 되다.

앙골라의 외교 전략은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다자간 협력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로비토 회랑 사업 역시 지정학적 동맹보다는 수익성과 물류 개선을 우선시하는 경제 프로젝트로 정의하며 한국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독려하다. 아빌리우 대사는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통해 단기간에 이룩한 경제 성장 모델과 엄격한 근무 기강을 앙골라 발전에 이식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높은 관세 장벽과 폐쇄적인 농산물 수입 정책은 양국 경제 협력 확대를 저해하는 비판적 요소로 지적되다. 아빌리우 대사는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시행 중인 무관세 정책을 언급하며, 한국의 커피와 바나나 등 농산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양국 무역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단순한 자원 공급원을 넘어 기술 이전과 전략적 투자 확대 등 보다 균형 잡힌 경제 동반자 관계를 요구하는 추세이다.

1992년 수교 이후 35년간 이어온 양국 관계는 자원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다.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이 한국을 12개 주요 협력국 중 하나로 지목하고 직접 방한하여 기술 전수를 요청한 것은 향후 협력의 밀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내달 1일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는 앙골라의 원유 공급 제안을 구체적인 계약으로 전환하고,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인프라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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