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왜곡죄' 공세에 빗장 건 대법원, 판사 변호비 지원 3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

이겨례 기자
'법왜곡죄' 공세에 빗장 건 대법원, 판사 변호비 지원 3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
©연합뉴스

 

대법원이 법왜곡죄 도입 논의 등에 따른 무분별한 고소·고발로부터 법관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 선임 비용 지원 한도를 기존 5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수사 단계에 국한됐던 지원 범위는 기소 이후 재판 절차까지 전면 확대되며, 이를 전담할 직무소송 지원센터가 사법부 내에 신설된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수호하고 법관의 소신 판결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어 체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최근 법관을 겨냥한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상황에 대응하여 직무 관련 소송 지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했다. 개정된 내규에 따르면 법관은 수사 단계뿐만 아니라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국가의 비용 지원을 받아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이는 법관이 외부의 압력이나 소송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지원 체계는 수사 단계에서의 변호인 선임 비용으로 500만 원 한도를 설정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으로 기소 이전 수사 단계에서의 지원 한도는 1000만 원으로 두 배 상향되었으며, 기소 이후 재판 단계에서는 2000만 원까지 추가 지원이 가능해졌다. 법관 한 명당 최대 3000만 원의 소송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사법부는 지원 업무의 전문성과 체계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소송 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센터는 법관 및 법원 공무원의 소송 과정을 밀착 지원하며, 사무를 전담하는 직무소송 지원관이 행정적 절차를 총괄한다. 지원 대상 법관은 본인이 직접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대법원 심의위원회가 관리하는 지원변호사명부에 등록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법왜곡죄 도입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법왜곡죄는 법관이 법을 잘못 적용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패소한 당사자가 법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대법원은 이러한 무분별한 법적 공세가 사법부 전체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재판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와 고발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법 기능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라며 이번 내규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들이 법관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법원 내부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재판권의 독립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관의 명백한 과실이나 위법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국민의 혈세로 소송비를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지원 범위의 확대가 자칫 법관의 책임 의식을 희석시키거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사법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 결정 과정에서의 엄격한 심사와 사후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지원받은 법관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을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시했다. 이는 지원의 목적이 정당한 직무 수행을 보호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고, 고의적인 위법 행위까지 면죄부를 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으로 직무소송 지원센터는 지원금의 집행과 반환 절차를 철저히 관리하여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내규 개정은 법치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는 법관들이 소송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법부는 향후 소송 지원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제도의 보완점을 찾아내고 법관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무분별한 고소·고발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사법부의 이러한 방어적 조치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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