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 30년물 국채 금리 5.2% 돌파… '채권 자경단' 귀환에 19년 만의 최고치 기록

윤근일 기자
미 30년물 국채 금리 5.2% 돌파… '채권 자경단' 귀환에 19년 만의 최고치 기록
©연합뉴스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5.20%를 돌파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유지 정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41.4%까지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재정적자 확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장기물 국채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 시장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 중 한때 7bp 상승한 5.20%를 기록하며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와 미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역시 강한 상승 압력을 받으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한때 10bp 상승한 4.69%까지 치솟으며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뒤 4.67%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15일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어선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으며, 뉴욕 오전장 동안 선물 거래량이 평소의 두 배에 달하는 등 대규모 블록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채권 금리의 급등은 곧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이 연내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국채 매도세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물량 증가가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장기물 금리를 더욱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상승 현상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영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국채 시장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8일 2.8%까지 상승하며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전반에 걸친 고금리 기조의 고착화는 자산 배분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며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모닝스타의 수석 상품 매니저 리즈 템플턴은 "채권 시장은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정책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듀레이션 민감도가 큰 장기물에서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 그리고 국채 발행 증가가 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리 상승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ING의 벤저민 슈뢰더 수석 금리 전략가는 "시장은 분명한 금리 인상 편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가격 압력이 단순한 일시적 인플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더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각은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 통제 가능성에 대해 점차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프라임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 윌 맥거프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두고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 자경단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 정책이나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반발하여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투자자 집단을 의미한다. 맥거프 CIO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2일 취임을 앞둔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라는 정치적 과제와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경제적 과제 사이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객관적인 경제 지표에 따라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25bp 이상 인상할 확률을 41.4%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1주일 전의 31.8%에서 9.6%포인트 급등한 수치이며, 반대로 금리 동결 확률은 61.8%에서 38.5%로 급락했다. 시장의 무게추가 '동결'에서 '인상'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금리 급등이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반영한 오버슈팅일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에너지 가격의 일시적 변동성이 제거되거나 차기 연준 의장의 정책 노선이 명확해질 경우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전체 시장 흐름의 약 5%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단이 더 열려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향후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 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금리 추가 상승을 촉발할 위험이 상존한다.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이 실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예의주시하며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견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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