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노량진 오피스텔 환기구 청소 중 60대 관리소장 추락사…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이겨례 기자
노량진 오피스텔 환기구 청소 중 60대 관리소장 추락사…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연합뉴스

 

서울 노량진의 한 오피스텔에서 환기구 청소 작업을 하던 60대 관리소장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건물주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산업현장 사망 사고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추락' 재해가 관리 사각지대에서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소재 오피스텔에서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60대 남성 A씨가 환기구 아래로 추락해 병원 이송 후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건물 유지보수를 위한 환기구 청소 작업을 수행 중이었으며, 현장에서 중심을 잃고 개구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관계 당국은 현장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합동 감식 및 관계자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5시 54분경 발생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A씨를 구조해 긴급 이송했으나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경찰은 목격자 증언과 건물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A씨가 환기구 내부로 진입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작업 지시 여부를 파악 중이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장구 착용 여부와 추락 방지망 등 필수 안전 시설의 설치 상태가 집중 점검 대상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위해 건물 소유주와 위탁 관리업체의 책임 범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수와 사업장 규모 등 법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수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역시 배제할 수 없어 경찰과 노동부의 합동 조사는 실질적인 관리 책임 주체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떨어짐' 사고는 끼임이나 부딪힘과 함께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3대 치명적 재해로 분류되며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605명 중 무려 41.2%에 달하는 249명이 추락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소 작업이나 시설 관리 과정에서 안전 규정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건물 관리 분야는 대규모 건설 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 감독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소규모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의 경우 전문 안전 관리자 없이 관리소장이 직접 위험 작업에 투입되는 사례가 빈번하여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이번 사고 역시 전형적인 관리 부실과 안전 대책 미비가 결합된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는 시설 관리 현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며 작업 환경 개선과 철저한 안전 매뉴얼 준수를 주문하고 있다. 한 안전 공학 전문가는 "환기구나 개구부 주변 작업 시에는 반드시 추락 방지 시설을 가동하고 안전대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라며 "관리직이라 하더라도 위험 작업에 투입될 때는 현장 안전을 감시할 수 있는 추가 인력이 반드시 배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작업 전 안전 점검(TBM)의 부재가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리소장이 위험한 작업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영세한 관리 주체의 인력난과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한계를 참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든 소규모 건축물 관리 현장에 대기업 수준의 엄격한 안전 관리 시스템을 즉각 도입하기에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처벌 중심의 규제보다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안전 장비 보급과 소규모 사업장 맞춤형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내 노후 오피스텔 및 상가 건물의 시설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반복되는 추락 사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 개선과 더불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 의식 제고가 병행되어야 한다. 향후 수사 결과와 법원 판단에 따라 건물 관리 업계 전반의 안전 관리 책임 소재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설 관리 현장의 안전 확보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돕기 위한 기술 지원과 재정 보조 사업을 확대하여 안전 격차를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노량진 추락 사고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량진#오피스텔#환기구#청소#60대
노량진 오피스텔 환기구 청소 중 60대 관리소장 추락사…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