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57명 유권자 매수' 창원 새마을금고 이사장, 항소심서도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정휘 기자
'57명 유권자 매수' 창원 새마을금고 이사장, 항소심서도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연합뉴스

 

다른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유권자 57명을 불법 모집하고 출자금을 대리 납입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재 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은 A씨가 지인 명의를 도용해 총 57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며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인정해 원심의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유지했다.

창원지방법원이 지역 금융기관의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현직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었다. 창원지법 형사3-2부(권미연 부장판사)는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창원시 마산합포구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여 시장 질서를 교란한 행위의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인 유권자 매수와 대리 출자 행위다. A씨는 지난해 3월 실시된 마산회원구 소재 다른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이사장 B씨의 재선을 돕기 위해 회원 수십 명을 불법 모집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인들의 신분증과 도장을 수집하여 B씨 측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행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다.

불법적으로 모집된 유권자들은 대리 납입된 출자금을 통해 투표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A씨로부터 넘겨받은 명의를 이용해 출자금 통장을 개설한 뒤 1인당 10만 원씩, 총 57명에게 57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대신 납입했다. 새마을금고법상 출자금 10만 원 이상을 납입한 회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악용한 전형적인 부정 선거 수법이다.

현행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품 제공 및 유권자 매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지역 사회의 서민 금융을 책임지는 수장을 선출하는 과정인 만큼 높은 도덕성과 법치 준수가 요구된다. A씨의 행위는 이러한 신뢰 기반의 금융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 범죄로 간주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시사했다. 권미연 부장판사는 "원심은 피고인이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점과 상당 기간 구금되었던 사정 등을 두루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는 범행의 주도적 성격과 인신 구속 기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량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해당 범행이 실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형량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의 결과와 관계없이 법을 위반하여 선거 절차에 개입한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의 중대성보다는 과정의 불법성이 사법적 단죄의 핵심 기준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지역 금융권에 만연한 선거 비리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소규모 출자금만으로 투표권을 얻을 수 있어 부정 개입의 유혹이 크다"며 "사법부의 엄정한 잣대는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강력한 억제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법 적용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향후 지역 금융기관 선거 과정에서 출자금 납입 경로와 회원 모집 절차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은 대리 납입을 통한 투표권 조작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얻은 권력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상식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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