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도체·추경 효과에 올해 성장률 3%대 육박... 내년까지 '경기 확장' 국면 지속된다

정휘 기자
반도체·추경 효과에 올해 성장률 3%대 육박... 내년까지 '경기 확장' 국면 지속된다
©연합뉴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며 경기 확장 국면 진입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의 선제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1분기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동 분쟁에 따른 물가 압력과 산업 간 양극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과 재정의 조기 집행을 근거로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예산처가 주재한 거시경제 전문가 간담회에서 제시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3.0%는 1분기 실적치가 시장 예상인 0.9%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1.7%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다. 이러한 성장세는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거시경제 전반의 탄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성장률 상향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인 증가와 정부의 기민한 재정 정책 운용에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장기화되면서 설비 투자와 수출 실적이 동시에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편성한 선제적 추경 역시 내수 부진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며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끌어낸 결정적 밑거름이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도 경제 전망 역시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현재의 경기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성장세가 민생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대외 변수 통제와 내부 구조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이 물가 안정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효과와 원유 가격 상승 압력이 혼재된 양상"이라며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은 불확실하나 정책을 통해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부적으로는 반도체와 기타 산업 간의 실적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성장 양극화'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첨단 IT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 관련 서비스업과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경기 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업 간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정책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기 안정화 기능 강화와 지출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제시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시장 활력 보강이 요구되는 부문에 신속한 추경 집행을 통해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취약 부문에 대한 핀셋 지원이 경기 확장 국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선심성 예산 집행을 경계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수적 관점의 제언도 잇따랐다. 윤지호 BNP파리바 본부장은 "저성과 사업 지출구조조정 등 재정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엄격한 재정 규율 확립을 주문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시장 심리 안정의 핵심이라는 점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단일 품목에 의존한 성장이 지닌 취약성을 우려하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이를 대체할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현재의 지표상 호조가 국가 전체의 기초 체력 강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사후 검토가 필요하다.

기획예산처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되 대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조용범 예산실장은 "올해 성장 흐름은 예상보다 양호하나 중동전쟁 지속 등 하방 위험이 잔존하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며 "일시적 반등을 넘어 성장잠재력을 근본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핵심 분야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통화정책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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